황수경 아나운서
방송 3사 60개 프로 중 황수경씨가 맡은 2개뿐…역량 갖춘 인물 키울 방안 찾아야
지상파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여성 진행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문화방송〉 〈한국방송〉 〈에스비에스〉 지상파 3사가 현재 방영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진행자를 내세운 60개 프로그램 가운데 여성 진행자가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경우는 3사를 통틀어 모두 두 건에 불과했다.(어린이 프로그램 제외, 한 프로그램 속 여러꼭지는 각각 하나로 취급) 반면 남성 진행자는 20개 프로그램을 단독으로 맡고 있어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성 진행자의 역량 키우기가 시급해 보인다.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문화방송의 21개 예능프로그램 중 여성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한 건도 없는 반면, 〈무한도전〉 유재석, 〈인간탐구쇼 아이스크림〉 박수홍 등 7개 프로그램을 남성 진행자들로만 채웠다. 에스비에스도 16개 예능프로그램 중 여성 진행자를 내세운 경우는 한 건도 없었고, 〈놀라운 대회 스타킹〉 강호동, 〈신동엽의 있다 없다〉 등 4개 프로그램을 남성 진행자가 홀로 이끈다. 한국방송은 1·2텔레비전을 통틀어 〈열린음악회〉(1텔레비전) 〈영화가 좋다〉(2텔레비전)를 황수경 아나운서(사진)가 맡고 있지만, 〈콘서트 7080〉 〈그랑프리쇼 불량아빠 클럽〉 등 9개 프로그램을 남성 진행자들로 채운 점을 고려하면 그리 많다고도 볼 수 없다. 한때 〈해피선데이〉 ‘여걸식스’가 여성이 주축이 된 예능프로그램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점차 지석진이 이들을 통솔하고 내용도 ‘쌩얼 공개’, ‘성형 고백’ 등 신변잡기로 흘러 여성을 희화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김희선, 소유진 등 여성 스타를 배출했던 〈쇼! 음악중심〉 〈에스비에스 인기가요〉 등 음악프로그램조차 아예 ‘남-남 커플’을 내세우는 등 여성 진행자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이처럼 여성 진행자가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이유는 혼자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역량을 갖춘 이가 드물다는 게 가장 크다. 시사교양처럼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서 한수진(한수진의 선데이 클릭), 최윤영(더블유) 등 여성 진행자가 활약하는 것과는 달리, 입담이 중요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패널을 이끌면서 프로그램 전체를 재미있게 꾸릴 만한 역량을 가진 진행자가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예능국 방성근 책임피디는 “진행자를 선정할 때 성별을 따지기보다는 진행자의 자질이나 재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자신만의 개성으로 차별화하는 여성 진행자 층이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주제작이 늘면서 프로그램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안전한 몇몇 진행자에 집중하는 현상에서 기인한 듯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사 내부적으로도 여성 진행자를 키워보려는 움직임은 엿보인다. 문화방송은 최윤영 아나운서가 주축이 된 〈에너지〉(종영) 등 예능에서 여성 단독 진행을 꾸준히 시도해 왔다. 방 피디는 “진행은 다른 분야와 달리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이 중요하다”며 “프로그램을 차별화하고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서라도 남성과 여성 진행자의 균형 있는 역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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