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 정신통일〉〈작렬! 정신통일〉〈일요일이 좋다〉
SBS ‘작렬 정신통일’ ‘일요일…’
한때 표절의혹에다 시청률 저조
새 프로 개발로 식상함 벗어야
한때 표절의혹에다 시청률 저조
새 프로 개발로 식상함 벗어야
‘예능 왕국’으로 불리던 에스비에스가 예능프로그램 표절 논란에 휘말리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4월 봄 개편 때 신설된 주말 예능프로그램 〈작렬! 정신통일〉 〈일요일이 좋다-하자고〉는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일본 방송에 나온 비슷한 게임과 벌칙 의상을 선보여 표절 의혹을 샀다. 이에 〈…정신통일〉(왼쪽·가운데 사진) 제작진은 표절 의혹을 받은 ‘두뇌의 벽’ 꼭지는 일본 후지티브이와 포맷 계약을 한 것이라고 뒤늦은 해명을 했고, 〈…하자고>(오른쪽 사진) 쪽에서는 방송 전에 벌칙 의상이 같은 일본 방송 제작진에게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논란 속에 방송 2회분 시청률이 〈…정신통일〉은 8.2%(14일)와 9.3%(21일), 〈…하자고〉는 6.4%(15일)와 6.1%(22일)(에이지비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로 한자릿수를 맴돌았다.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치다.
또 그 나물에 그 밥=표절 논란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비판 목소리가 높다. 〈엑스맨〉에 이어 선보인 〈…하자고〉는 유치하고 식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임은 그냥 명목상이고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수다판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신통일〉도 10명이 넘는 떼거리 출연진이 두 팀으로 나눠 대결을 벌이는 〈엑스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채승재 시청자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강력추천 토요일〉의 ‘소년탐구생활’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남녀 연예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실에 들어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 닮아서다. 이런 비판에 대해 에스비에스 정순영 예능국장은 “아직 방송 초반이라 자리를 잡고 있는 단계”라며 “시청자 의견을 수렴해 프로그램을 수정,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만이 살길=에스비에스 예능국은 지난 2월 조직개편 때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획팀을 신설했지만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4월에 선보인 시험제작(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역시 아이디어 고갈이라는 한계점을 드러냈다. 7일 방송된 〈전력질주 기록의 전당〉은 김주희 아나운서를 투입해 야심차게 띄운 프로지만 유시시(UCC·사용자 손수제작물)에 의존한 채 단순한 구성방식을 보였다. 자체 방송한 유시시 관련 프로 〈U특종 100인의 전설〉과도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제작진은 제작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토로한다. 정순영 국장은 “기획팀에 예능 소속의 피디가 현재 2명 있는데 특집 프로그램도 제작해야 하는 터라 프로 개발에만 매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간 주말 프로도 두달 만에 기획해 방송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포맷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시청률 경쟁에만 매달리다 보면, 예능 프로그램의 미래는 어둡다. 잇따르는 외국 프로그램 표절, 아이디어 고갈 등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을 터다. 실제 최근 문화방송의 〈무한도전〉에 이어 〈솔로몬의 선택〉 〈황금어장〉 까지 표절 시비를 겪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박웅진 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방송 시장이 개방돼 외국 방송 프로와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프로그램 개발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매번 똑같은 진행자를 앞세우고 시청률을 보장하는 스타급 연예인 출연자의 ‘입담’에 기대는 등 제작관행에서 벗어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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