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코너 ‘경제야 놀자’ 가짜 반지 소동 물의
“방송이 재미를 위해 시청자의 신뢰를 저버렸다.”
문화방송 〈일요일 일요일 밤에〉 ‘경제야 놀자’가 거짓 방송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경제야 놀자’는 지난 6일 ‘이영자편’(사진)에서 평범한 반지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꾸며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서 이영자는 감정품으로 내놓은 다이아몬드 반지가 친구 이소라에게 큰 돈을 빌려주고 선물로 받은 우정의 징표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가짜라는 판정 결과에 이소라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자 9일 게시판을 통해 “사연과는 상관없는 반지”라고 고백했다. 이영자는 “방송을 재미있게 하려는 욕심에 과장되게 표현했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거짓말로 방송을 떠난 사람이 거짓말로 돌아오려 한다”는 강도 높은 비난과 함께 방송을 편집 없이 내보낸 제작진의 상식 없는 행동에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가짜 반지 사건’은 이영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나라 방송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자정능력 부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거짓으로 방송을 연출한 사례는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문화방송 〈생방송 오늘 아침〉이 ‘기죽은 남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실직 가장의 사연을 꾸며 논란을 빚었고, 3월에는 에스비에스 〈잘살아보세〉가 ‘소문난 딸 부잣집 무늬만 부자더라’에 출연한 가족의 사연을 조작해 가족들의 항의를 받았다. 또 〈야심만만〉에 나온 지상렬이 거짓 열애설 고백으로 물의를 빚는 등 거짓 방송은 출연진의 거짓말로 이어져 심각성은 더해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청률을 최고로 여기는 상업주의의 결과물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방송으로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제작진과 개인에 앞서 방송사의 안일한 태도가 더 큰 문제”라며 “출연진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방송사가 관리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프로그램에 대한 사실검증을 세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사과방송이나 담당 프로듀서 교체 등으로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지금까지 거짓 방송으로 논란을 빚은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 또는 사과방송 조처를 받은 것에 그쳤다.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기획부장은 “모든 문제는 방송사의 원칙 없는 태도로 직결된다”며 “물의를 일으켜도 여론에 따라 컴백 시기가 달라지는 방송사의 이중적인 잣대가 출연진과 제작진의 진실된 자세를 막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