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0 17:03
수정 : 2005.01.10 17:03
첫 레즈물 ‘엘 워드’ 도 12일 첫선
티브이는 지금 무지갯빛이다. 무지개로 상징되는 ‘동성애’ 담론은 더이상 티브이가 외면하는 ‘금기’가 아니다. 물론 지상파 방송의 장벽은 아직 깨지지 않았지만, 케이블과 위성 채널에선 사정이 다르다. 남성 동성애자를 뜻하는 ‘게이’ 관련 프로그램들이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라선 가운데,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 소재 프로그램도 국내 시청자 앞에 첫 선을 보인다.
케이블 채널 캐치온플러스는 12일부터 레즈비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외화 시리즈 <엘 워드>(수·목 밤 10시)를 송출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소설가, 커피숍 주인, 저널리스트, 큐레이터 등 8명의 레즈비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미국 케이블 채널 쇼타임을 통해 지난해 1월 처음 공개됐으며, 미국 방영 때도 최초의 레즈비언 티브이 시리즈로 화제를 불렀다.
제작자 아이린 샤이켄과 감독 로즈 트로셰, 극중 저널리스트로 나오는 레이샤 헤일리 등이 모두 실제 레즈비언들이다. <플래시 댄스>의 제니퍼 빌스가 레즈비언 애인과 함께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미술박물관 큐레이터 베트 역을 맡았다. 모두 14편으로,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과 자녀 양육, 커밍아웃을 둘러싼 고민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캐치온플러스 쪽은 “국내에도 동성애 코드에 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게이 프로그램은 이미 앞다퉈 티브이 화면을 후끈하게 달궈온 지 오래다. 홈시지브이의 <퀴어 애즈 포크>(월·화 밤 12시)와 온스타일의 <윌 앤 그레이스>(월~목 밤 10시35분), 캐치온플러스의 <퀴어아이>(수·목 낮 12시) 등 3편이 현재 전파를 타고 있고, <플레잉 스트레이트>(온스타일)도 13일부터 재방송에 들어간다.
<퀴어 애즈 포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배경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특히 게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초점을 둔 탓에 집단 섹스신 등 과감한 섹스 장면이 날것으로 펼쳐진다. 인터넷 팬카페가 여럿 만들어지는 등 열렬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윌 앤 그레이스>는 이성애자 여성과 게이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시트콤이다. 미국 <엔비시방송>의 간판 시트콤으로, 남녀 사이면서도 성적 긴장감이 개입되지 않는 특별한 관계가 웃음을 빚어낸다. <퀴어아이>와 <플레잉 스트레이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퀴어아이>는 5명의 게이 전문가들이 추레한 이성애자 남성을 멋장이로 바꿔놓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회적 권력구도와는 반대로 게이들이 ‘패션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흥미롭다. <플레잉 스트레이트>에선 여성 출연자가 14명의 남성 가운데서 이성애자(스트레이트)를 찾아내야 100만달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게이와 스트레이트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성애 프로그램의 유행을 두곤 소수 담론의 확산과 사회적 다양성의 확대를 돕는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자칫 동성애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퀴어 애즈 포크>를 두곤 지지만큼이나 비판도 거세다. 지나치게 섹스 코드를 중심으로 게이의 일상을 풀어가는 바람에 오히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이성애자 시청자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고민을 담기보다는 게이를 섹스기계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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