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
문화방송, 내달 10일 첫 방영 때 주4회 잇따라 편성…네 차례 연기 끝 이례적 시도
파격 편성으로 시청자 몰이에 나선 <태왕사신기> 성공할까?
문화방송이 특별기획드라마 <태왕사신기>(연출 김종학 윤상호, 극본 송지나 박경수, 수·목 밤 9시55분)의 첫 방송 일을 내달 10일로 확정했다. 편성 전략이 ‘첫 주 4일 방영’으로 파격적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문화방송은 드라마 소개와 제작과정, 배우 인터뷰 등을 담은 ‘스페셜 방송’을 먼저 내보낸 뒤, 11일부터 <태왕사신기> 1~3회를 방영한다. <주몽> 등 드라마들이 1~2회 방영 시간을 늘려 초반 시청자 공략에 나선 적은 있지만 주 4회 편성은 1995년 <모래시계>(에스비에스) 이후 처음이다.
문화방송의 이런 편성 전략은 <태왕사신기>를 향한 강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듯 보인다. <태왕사신기> 이영민 제작피디는 “문화방송의 기대감에서 이뤄진 편성이지만 제작진도 자신 있다”고 했다. 문화방송 드라마국 조중현 부장도 “시사를 보고 놀랐다. 오랜 기획기간과 사전제작으로 만들어 섬세한 컴퓨터 그래픽과 웅장한 스케일 등 준비를 많이 한 것이 화면에서 보여지더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일본에 수출되어 현재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와 방송시간을 조율 중인 <태왕사신기>는 꺼져가는 한류의 불씨를 다시 태울 작품이라는 기대감도 더했다.
이런 자신감은 작품성으로 그간의 소소한 잡음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이어진 듯하다. 문화방송은 이미 네 차례나 방영 일정을 미뤄온 <태왕사신기>를 묵묵히 기다려준 탓에 외주 제작사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방영 일정이 당겨지고, <그라운드 제로> <신현모양처>가 갑작스레 편성되는 등 다른 드라마에도 피해를 주었다.
그러나 방송사의 ‘마음대로 편성’이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난도 있다. 요일 선택의 여지없이 <태왕사신기>를 봐야하는 건 일종의 강요가 아니냐는 의견이다. 누리꾼 아이디 joy88sky는 “케이블에 어울리는 편성이다. 공중파면 공중파답게 하라”고 했고, drccu0는 “얼마나 대단한가 한 번 보자”고 비꼬기도 했다.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24부작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현재 17회까지 촬영을 완료했고, 9월 중순에 모든 촬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내달리고 있다. 고구려 최고의 권력을 가졌던 광개토대왕 담덕의 일대기에 신화적 요소를 더한 판타지 역사물을 표방한 드라마는 <겨울연가> 이후 약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배용준과 문소리의 브라운관 첫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주몽>으로 지난 1년 간 문화방송의 효자 노릇을 했던 배우 송일국과 최완규 작가가 손잡은 에스비에스 <로비스트>가 26일 방영하는 등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오랜 산통 끝에 모습을 보인 <태왕사신기>가 문화방송의 타는 속을 말끔히 씻어주고, 시청자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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