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드폴
때론 읊조리듯 때론 포효하듯
폭발적 음성 카타르시스 선물 미국 민속 음악의 두 뿌리인 컨트리와 블루스 사이에서 갈라져나온 음악 갈래인 포크는 국내에서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 말까지 20년간 젊은 세대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트윈폴리오로 대표되는 ‘낭만적’ 포크와 김민기로 대표되는 ‘비판적’ 포크가 공존하는 포크 전성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포크를 옛날 음악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흘러간 가수가 미사리 카페에서 중년 팬들을 위해 부르는 추억의 노래나 민중가요 진영이 운동 차원에서 부르는 노래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포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포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줄 2장의 국내외 음반을 소개한다. ● 데미안 라이스 =4명의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영화 <클로저>의 엔딩 자막이 화면 위로 올라가는 순간 흘러나오는 노래를 잊을 수가 없다는 관객들이 많다. “아이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라는 독백과도 같은 노랫말이 반복되는 이 곡은 아일랜드 출신 포크 가수 데미안 라이스의 ‘더 블로어스 도터’다. 영화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데 힘입어, 2003년에 발표됐던 앨범 가 뒤늦게 국내 발매됐다.
포크 음악의 기본이랄 수 있는 어쿠스틱 기타에 더해진 첼로·바이올린의 선율은 포근함으로 둘러싸인 상자 틈새로 비장미가 새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때론 조곤조곤 읊조리고 때론 응축된 감정을 한번에 폭발시키듯 포효하는 데미안 라이스의 목소리는 “포크가 이런 카타르시스를 줄 수도 있구나!”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영화에 쓰인 곡 말고도 ‘델리키트’, ‘볼케이노’, ‘캐논볼’ 등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깊은 감흥을 준다.
물 흐르듯 청명한 기타 선물에
영혼까지 푸근·맑아지는 기분 ● 루시드폴 <오, 사랑>=1인 프로젝트 그룹 루시드폴의 주인공 조윤석은 자신의 음악을 두고 “그저 ‘가요’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어쿠스틱 기타의 따뜻한 선율이 중심축을 이룬 그의 음악은 포크를 기반으로 한다. 그의 음악을 듣노라면 ‘포크가 이렇게 맑고 신선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앨범의 첫곡 ‘물이 되는 꿈’의 청명한 기타 소리와 노자의 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노랫말을 듣노라면, 영혼이 맑아지는 게 마치 내 몸이 자연의 일부로 녹아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음악에 깃든 이런 정서는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또래들이 즐겨듣던 헤비메탈이나 얼터너티브록보다는 뉴에이지·보사노바·아트록 등을 즐겨 들었다. 국내 대중음악 가운데서도 들국화의 ‘제발’과 같은 감수성 짙은 곡을 특히 좋아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 음악이 하고 싶어 몸부림치다 만든 인디 밴드 미선이도 당시 홍대앞에서는 흔치 않은 포크 성향의 음악을 했고, 2001년 루시드폴로 나서면서 이런 성향은 더욱 깊어졌다. 이전에 비해 사운드나 노랫말에 있어 훨씬 더 따뜻해진 이번 앨범은 2002년 훌쩍 유학을 떠난지 3년만에 내놓은 것.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따뜻한 음악을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스위스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1~3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벌인 뒤 다시 스위스로 돌아간다. 1544-1555.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폭발적 음성 카타르시스 선물 미국 민속 음악의 두 뿌리인 컨트리와 블루스 사이에서 갈라져나온 음악 갈래인 포크는 국내에서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 말까지 20년간 젊은 세대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트윈폴리오로 대표되는 ‘낭만적’ 포크와 김민기로 대표되는 ‘비판적’ 포크가 공존하는 포크 전성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포크를 옛날 음악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흘러간 가수가 미사리 카페에서 중년 팬들을 위해 부르는 추억의 노래나 민중가요 진영이 운동 차원에서 부르는 노래 정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포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포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줄 2장의 국내외 음반을 소개한다. ● 데미안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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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청명한 기타 선물에
영혼까지 푸근·맑아지는 기분 ● 루시드폴 <오, 사랑>=1인 프로젝트 그룹 루시드폴의 주인공 조윤석은 자신의 음악을 두고 “그저 ‘가요’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어쿠스틱 기타의 따뜻한 선율이 중심축을 이룬 그의 음악은 포크를 기반으로 한다. 그의 음악을 듣노라면 ‘포크가 이렇게 맑고 신선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앨범의 첫곡 ‘물이 되는 꿈’의 청명한 기타 소리와 노자의 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노랫말을 듣노라면, 영혼이 맑아지는 게 마치 내 몸이 자연의 일부로 녹아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음악에 깃든 이런 정서는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또래들이 즐겨듣던 헤비메탈이나 얼터너티브록보다는 뉴에이지·보사노바·아트록 등을 즐겨 들었다. 국내 대중음악 가운데서도 들국화의 ‘제발’과 같은 감수성 짙은 곡을 특히 좋아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 음악이 하고 싶어 몸부림치다 만든 인디 밴드 미선이도 당시 홍대앞에서는 흔치 않은 포크 성향의 음악을 했고, 2001년 루시드폴로 나서면서 이런 성향은 더욱 깊어졌다. 이전에 비해 사운드나 노랫말에 있어 훨씬 더 따뜻해진 이번 앨범은 2002년 훌쩍 유학을 떠난지 3년만에 내놓은 것.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따뜻한 음악을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스위스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1~3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공연을 벌인 뒤 다시 스위스로 돌아간다. 1544-1555.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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