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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남친’

등록 2007-09-09 21:00

<9회말 2아웃>
<9회말 2아웃>
여성들의 ‘소울메이트’ 나선 드라마 속 남자들
드라마 속 여주인공에게 여자친구보다 더 친하고 진실한 남자친구가 생겼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과 9일 종영한 문화방송 주말드라마 <9회말 2아웃> 등 최근 선보인 드라마들의 남녀 주인공이 사랑보다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등장하면서 남녀 관계의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1991년 최수종·최진실 주연의 드라마 〈질투〉처럼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고 친구처럼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극의 대부분을 친구 감정을 유지한 채로 내달리는 건 최근 들어 잦아진 현상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커피프린스 1호점〉/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9회말…〉(위 사진)에서 홍난희(수애)와 변형태(이정진)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다. 서른 살 동갑내기인 형태는 난희가 집을 구하러 나설 때나 애인과 이별해 아파할 때도 늘 옆에서 듬직한 어깨를 빌려준다. 작가가 되겠다고 몇 년 동안 없는 실력 동원해 공모를 준비할 때도 “포기하라”는 엄마와 달리 “재밌네”라며 힘을 북돋워주는 건 늘 형태였다. 〈완벽한…〉(맨 아래)에서도 여주인공 정윤희(배두나)가 힘들 때마다 달려가는 건, 티격태격하다 이웃집 남자에서 친구가 된 남주인공 백수찬(김승우)이다. 문화방송 〈커피프린스 1호점〉(가운데) 여주인공 고은찬(윤은혜)의 옆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키다리 아저씨 최한성(이선균)도 있었지만, 같은 눈높이에서 남자에 대해 알려주며 연애 ‘젬병’을 지도한 남친 진하림(김동욱)을 빼놓을 수 없다.

마음 알아주는 속깊은 남자친구
실연·상심 위로하고 용기 북돋워
‘이성=사랑’ 공식깨는 새 트렌드

■ 완벽한 남자친구의 조건=여주인공이 힘들 때마다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는 늘 있어 왔다. 〈아들과 딸〉처럼 함께 밤을 새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자친구였다가, 〈완전한 사랑〉의 지나(이승연)와 승조(홍석천)처럼 게이 친구이기도 했다. 때론 언니였다가 때론 엄마이기도 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친구는 그 시대 여성들이 바라는 친구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완벽한…〉의 정지우 작가는 “시대가 각박해져 결혼이나 직장 내 동성끼리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동성보다는 이성과 더 편하게 대화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남자친구라고 모두 사랑받는 건 아니다. 〈9회말…〉의 형태와 〈완벽한…〉의 수찬은 여성들이 꿈꾸던 완벽한 남자친구의 조건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환영받는다. 잘생기고 돈 많고 게다가 안 해 줄 듯 ‘틱틱’대면서 다 들어주는 요즘 각광받는 ‘나쁜 남자’의 이미지도 가졌다. 많은 여자들이 첫눈에 넘어오는 매력남에다 여자를 다룰 줄 아는 바람둥이. 그런 ‘킹카’가 평범한 난희와 윤희에게만은 진실하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꿈틀거리는 판타지를 자극한다. 20대 시청자 최진아씨는 “누구나 그런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나. 형태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했다. 30대 이진연씨는 “그런 멋진 남자친구에게 우정의 감정만 느낀다면 현실적이지 않았을 텐데 잠깐이지만 설레고 고민도 하니까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도 〈9회말…〉은 여성 20, 30대 시청률이 각각 6%대로, 〈완벽한…〉은 여성 30대 이상 시청률이 11%대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 사랑보다 센 우정 가능할까? =두 드라마는 남녀 사이 우정이 존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상반된 결론을 내린다. 〈9회말…〉의 난희와 형태는 각각 우정이 완전히 깨진 뒤 다시 사랑을 시작했고, 〈완벽한…〉의 윤희와 수찬은 온전히 ‘완벽한 이웃’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정을 지켰든 지키지 못했든 두 드라마가 보여주는 남녀 사이 우정을 지탱하는 힘은 ‘끌림’이다. 〈9회말…〉의 여지나 작가는 “난희와 형태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우정이 지속될 수 없었다. 남녀 사이 끌림을 눈감고 가는 과정 자체가 우정을 돈독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고 했고, 정지우 작가도 “동성과는 다른 이성의 느낌이 우정을 이어가는 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난희-형태, 윤희-수찬이 우정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 얼핏의 설렘이라는 설정은 현실적이지만, 완벽한 우정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두 드라마는 사랑의 감정을 숨기고 곁에서 친구로 남는 기존 드라마의 전형을 깨고 남녀 사이에도 우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사랑밖에 난 몰라’를 외치던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진실한 남자친구를 찾는 20, 30대 여성 시청자들의 설렘을 가득 싣고서.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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