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왕사신기’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 가지 관전포인트
9월11일부터 방영한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 박경수, 연출 김종학 윤상호)의 발걸음이 순조롭다. 시청률 20.4%로 출발해 성인 배우들이 등장한 4회 시청률이 30%(티엔에스미디어 집계)를 넘어섰다. 잇따른 방영일정 연기에다 게임 〈바람의 나라〉 표절 시비 등 방영 전부터 일던 논란도 초장의 호응에 힘입어 일단 수그러졌다. 대신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력, 광개토대왕의 업적 같은 또 다른 부분에서 찬반양론이 뜨겁다. “찬반양론이 분명한 〈디 워〉처럼 〈태왕사신기〉도 비슷한 논란이 있으리라 생각했다”는 김종학 피디의 말처럼 제작기간 3년 6개월, 제작비 430억원을 들인 초대형 드라마여서일까? 논란의 중심이 된 세 가지 열쇳말로 중반을 향해 내달리는 〈태왕사신기〉를 들여다본다.
볼거리 비해 스토리 전개 껄끄럽고
배우들 연기 아직은 균형 덜 잡혀
픽션-팩션 적절한 수위조절 과제
■ 400억 볼거리와 스토리=〈태왕사신기〉의 핵심은 한국 드라마 사상 초유의 제작비다. 〈태왕사신기〉는 1년이 넘는 펀딩기간을 거쳐 약 43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이는 300억원의 제작비로 화제가 된 영화 〈디 워〉보다도 130억원 이상이 많은 액수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은 시각적인 효과에 쓰였다. 총 150억원을 들여 북제주군에 묘산봉 세트장을 지었고, 전투복 등 의상에만 약 10~15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1회 하늘의 아들 환웅이 나오는 신화시대는 국내 드라마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웠다. 할리우드 영화 〈반지의 제왕〉 특수효과팀의 자문을 받아 순수 우리 기술로 완성한 장면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루 두세 장면을 찍고 다듬는 공을 들인 덕분에 천편일률적인 드라마들 가운데서 단연 실험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해 스토리 전개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의견도 많다. 그림에 신경 쓰느라 전체적인 흐름을 꿰뚫어 보는 데 소홀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는 마을에서 보내는 소탈한 담덕의 모습을 담으려고 3회까지 궁에만 있던 어린 담덕을 4회 초에 뜬금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도 했다. 같은 장소에서 부딪쳤을 법한 담덕과 수지니가 성인이 된 뒤 처음 만나게 된다는 설정도 작위적이다. 추가 촬영이 많아지면서 내용이 바뀌게 되어 배우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할 수 없는 탓이 크다. 김종학 피디는 “30여년 연출하면서 내러티브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배용준과 욘사마=〈태왕사신기〉는 기존 사극과는 다른 등장인물의 변화가 돋보인다. 〈대조영〉 〈연개소문〉 등 정통 사극이 늠름하고 용맹한 영웅의 모습을 그렸다면 〈태왕사신기〉는 주인공 담덕을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인물로 표현했다. “궁 안엔 같이 웃어주는 사람이 없다”(4회)고 쓸쓸해하는 대사처럼 인간적인 면모에 좀더 집중한 것이다. 큰 갈등을 쥔 기하와 선머슴 같은 수지니, 극중 대장장이로 나오는 바손 등 씩씩하고 주체적인 여성캐릭터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윤휘탁 연구위원은 “고려 이전까지는 남녀간 종속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오히려 모계적인 특성이 강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그런 부분을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2% 아쉬운 배우들의 연기력이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 드라마 피디는 “일본 팬들을 의식한 탓인지 배용준은 담덕의 카리스마보다는 〈겨울연가〉 준상이의 부드러움에 치중하는 듯하다”고 했다. 초에 불을 피우는 장면(8회)에서 손끝의 움직임에도 신경 쓰는 문소리의 카리스마는 스크린과 달리 제대로 살지 않는다. 1회 신화시대의 가녀린 모습에서 선머슴 같은 털털한 연기로 분위기를 전환한 이지아는 아직 균형이 잡히지 않은 모습이다. 김종학 피디는 배용준의 연기에 대해 “처음엔 부드러운 면을 강조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픽션과 팩션=〈태왕사신기〉는 팩션(팩트+픽션) 드라마다.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호령했던 광개토대왕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했다. 광개토대왕에 관한 사료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 드라마가 〈주몽〉처럼 작가적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태왕사신기〉는 “전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김종학 피디의 의도처럼 애초 외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판타지 사극이니까’로 이해하고 넘길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격구대회는 당나라에서 유행하고 우리나라에 전파된다. 고구려에서 먼저 했을 리 없다”며 고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광개토대왕을 조명해 민족 자긍심을 고취한다면서 정작 대왕의 업적인 왜구 토벌 과정은 제대로 다루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배용준을 전면에 내세워 일본을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태왕사신기〉는 12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위성 ‘하이비전’을 시작으로 대만·타이·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 등 외국에서 관심이 높다. 이를 두고 꺼져가는 한류를 다시 일으킬 중요한 작품이라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태왕사신기〉가 세계에 우리의 것을 알리겠다는 처음 취지를 좀더 여물게 빚으려면 픽션과 팩션을 적절히 조절하는 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휘탁 연구위원은 “판타지 사극인 만큼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어야 한다”며 그러나 “역사 분쟁 한가운데 있는 고대사의 사극물 제작은 적어도 시청률을 높이려고 왜곡하는 부분은 없는지 냉철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배우들 연기 아직은 균형 덜 잡혀
픽션-팩션 적절한 수위조절 과제
드라마 ‘태왕사신기’
■ 픽션과 팩션=〈태왕사신기〉는 팩션(팩트+픽션) 드라마다.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호령했던 광개토대왕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했다. 광개토대왕에 관한 사료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이 드라마가 〈주몽〉처럼 작가적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태왕사신기〉는 “전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김종학 피디의 의도처럼 애초 외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판타지 사극이니까’로 이해하고 넘길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용만 우리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격구대회는 당나라에서 유행하고 우리나라에 전파된다. 고구려에서 먼저 했을 리 없다”며 고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광개토대왕을 조명해 민족 자긍심을 고취한다면서 정작 대왕의 업적인 왜구 토벌 과정은 제대로 다루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배용준을 전면에 내세워 일본을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태왕사신기〉는 12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위성 ‘하이비전’을 시작으로 대만·타이·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 등 외국에서 관심이 높다. 이를 두고 꺼져가는 한류를 다시 일으킬 중요한 작품이라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태왕사신기〉가 세계에 우리의 것을 알리겠다는 처음 취지를 좀더 여물게 빚으려면 픽션과 팩션을 적절히 조절하는 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휘탁 연구위원은 “판타지 사극인 만큼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주어야 한다”며 그러나 “역사 분쟁 한가운데 있는 고대사의 사극물 제작은 적어도 시청률을 높이려고 왜곡하는 부분은 없는지 냉철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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