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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프랑스 애니메이션 ‘타임 마스터’

등록 2005-04-07 18:00수정 2005-04-07 18:00



분노와부정, 억압적 평화에 맞서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타임 마스터>는 지난해 <판타스틱 플래닛>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 르네 랄루 감독의 두번째 장편이다. 우주 한 가운데서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와, 아이를 구하려는 우주 항해사의 모험을 그린 <타임 마스터>의 이야기 얼개는 <판타스틱 플래닛>보다 덜 실험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몰인간화된 현대 사회를 은유하는 철학적 주제, 순수한 상상력만으로 그려낸 진기한 우주 생물들이 전작에 못지 않은 재미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우주 말벌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고 고립된 삐엘은 아빠가 남겨준 동그란 마이크로 아빠의 동료였던 자파 일행과 교신하게 된다. 삐엘의 구조신호를 받고 황급히 항로를 수정한 자파는 연륜 있는 우주 모험가인 실바드에게 도움을 청하고 삐엘이 갇혀 있는 행성으로 떠난다.

<타임 마스터>는 자파 일행의 노선과 삐엘이 갇혀 있는 행성,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파 일행이 만나는 행성인들에게서는 인간사회를 은유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삐엘이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우주 동물과 식물에서는 재기발랄한 시각적 상상력이 강조된다. 실바드의 집을 둘러싼 물 위에서 음악소리를 내며 커다란 연꽃 모양의 알이 부화할 때 튀어나온 수많은 꼬마 외계인 중 한 쌍인 자드와 율라는 이 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영화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하는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다.

이들은 본래의 목적지 도착시간을 지체시키게 된 삐엘을 제거하려는 마통 왕자가 가까이 있을 때 두통에 시달리고, 각자의 욕심에 눈이 어두운 행성인들이 잠 잘때 꾸는 꿈 때문에 악취에 시달린다. 반면 마통 왕자와 자파가 잡혀가게 되는 감마10 행성은 ‘빅 브라더’에 의해 감시당하고 조종되는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한다. 이곳의 행성인들은 지배자에게 얼굴을 빼앗기면서 평화를 얻었다. 이들에게 평화는 복종의 다른 말이다. 이 곳에서 얼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싸움의 무기는 끊임없는 부정이다. 이처럼 <타임 마스터>는 분노와 부정의 힘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부각시키면서 화합이나 평화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전체주의적 억압을 비판한다.

<판타스틱 플래닛>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완성된 작품으로, <판타스틱 플래닛>처럼 공상과학(SF) 작가 스테판 울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화가 뫼비우스와 르네 랄루 감독이 손잡고 완성했다. 15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백두대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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