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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눈물 짜내기 아닌 담담함이 보여주는 감동

등록 2007-11-25 18:46

<닥터스>
<닥터스>
MBC 의학 다큐 ‘닥터스’ 꾸준한 사랑… “고통 강조않는 건조한 연출이 인기 비결”
아픈 사람을 담은 의학 다큐멘터리는 때론 불편하다. 생생하게 방송한다는 목적 때문에 환자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닥터스>(월 밤 6시50분)는 고통의 깊이보다 현실의 상황을 파고들며 이런 불편함을 벗어 던졌다. 의학 다큐로는 드물게 10%대 시청률을 이어온 데는 관찰자 입장에 서서 그들의 아픔에 깊게 개입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닥터스>는 ‘응급실 24’와 ‘미라클’ 두 코너를 선보인다. ‘미라클’은 절망 속에 살아 온 환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형식이고, ‘응급실 24’는 생각지도 못한 작은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는 병원 응급실의 하루를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형식이다. 김현기 피디는 “고통을 강조해 눈물샘을 자극하던 기존 형식을 벗고 시청자들이 내 이야기처럼 느끼도록 현실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는 건조한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심드렁한 화면의 울림은 세다. 응급실을 비추는 카메라는 찢어진 눈가를 꿰매야 하는 아이를 담담히 지켜볼 뿐인데 그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서 이미 코끝은 찡해온다. 밭일을 하다 유리에 베인 엉덩이보다 농사일을 더 걱정하는 아저씨, 뇌경색 고비를 넘긴 엄마에게 “얼른 일어나 목욕탕에 함께 가자”고 말하는 딸의 모습은 절망에서 희망을 보듯 미소 짓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가족을 발견한다. 진행을 맡은 한준호 아나운서는 “최악의 상황과 급박한 장면을 연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의 몰입을 돕는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레 실생활에서도 안전에 유념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의는 화면 밖의 스태프들에게도 요구된다. <닥터스>는 아픈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그들의 병이 더 나빠질세라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응급실 24’의 경우 두 명이 팀을 이뤄 번갈아 가며 하루 24시간 응급실을 지키는 데 병원에 따라서는 복도에서 대기해야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치료에 방해된다는 이유다. 촬영기간이 한두달은 걸리는 ‘미라클’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가족들의 마음이 바뀌어 촬영을 마무리하고도 방송에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진은 그러나 환자의 치료비를 제작비에서 충당하는 등 의학 다큐의 진정성을 좇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도 다른 의학 다큐가 저지른 잘못은 존재한다. 눈으로 보이는 변화가 필요한 ‘미라클’은 주로 외과적인 수술에 의존하고, ‘응급실 24’는 간혹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와 가족의 모습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현기 피디는 “한정된 제작비와 제작기간 내에 하다보니 아무래도 외과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환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절히 조절하며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스>는 주로 수도권의 병원에 주목한 시선을 지역으로 돌려 다양한 사례를 전달한 예정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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