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프로, 향수 찾아 ‘과거로 돌아갈래’
개그콘서트 ‘사랑이 팍팍’ 웃찾사 ‘웅이 아버지’ 등 복고풍 줄이어
매서운 겨울바람을 가르고 훈훈한 ‘휴먼 개그’가 인기를 얻고 있다. 가난한 가족의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에서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소나기’, ‘형님아’ 처럼 한국적인 정서를 파고들어 웃음과 감동을 준 시도는 계속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증가추세이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개그콘서트>는 ‘누렁이’에 이어 최근 ‘사랑이 팍팍’을 선보이고 있다. 가난을 등에 업은 가족의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휴먼 개그 드라마이다. 할머니와 손자들이 돈이 없어 서러움을 겪는 상황을 설정해 시청자들의 감정에 호소한다. 집세를 내지 못해 이사를 가는 가족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장남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기도 한다. 시청자 김종해씨는 “집안을 책임져야 했던 내 모습과 가난했던 지난 날이 떠올라 볼 때마다 가슴이 찡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얼마나 불쌍한지를 강조하던 기존의 휴먼 개그 형식을 따르지만 웃음 속에 메시지를 심어 둔 점이 눈에 띈다. 가장 몸이 마른 개그맨 한민관이 장남을 맡고, 힘 없는 할머니를 근육질의 이승윤이 연기하는 것은 모든 기대가 장남에게 쏟아지던 시절의 버거움을 덜어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형님아’로 휴먼 개그에 탄력을 불어 넣었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도 ‘웅이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 ‘술 한잔혀’로 복고풍 개그의 변주를 시도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들어보지 못하고 살아 온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의 소소한 일대기를 반영한 ‘웅이 아버지’는 휴먼 다큐멘터리라는 익숙한 장르에 4차원 개그를 덧입혔다. ‘웅이 아버지~’ 라는 짧은 대사의 반복과 내레이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형식으로 감동보다 웃음에 충실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부자의 대화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면, ‘술 한잔 혀’는 농촌을 배경으로 구수하고 정겨운 분위기로 거리감을 좁힌다.
복고풍 개그는 유행어, 동작 등으로 젊은 세대를 공략하던 개그 프로그램이 중·장년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젊은 세대가 지상파 티브이를 떠나는 현실에 맞춰 향수를 자극하는 개그로 중·장년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남승용 피디는 “지상파 티브이를 보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져 시청자들의 기호에 맞추다 보니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코너가 다채로워진 것 같다”고 했다. 개그 프로그램이 갈수록 침체되어 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방법으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탈출구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개그가 다시 복고풍으로 돌아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답습에만 그치지 말고 웃음이라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형식을 끊임없이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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