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선데이> ‘1박 2일’
‘고정 출연자들 체험 위주 진행’ 트렌드 쫓아…표절논란·소재중복 부작용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의 제 색깔내기가 시급해 보인다. <무한도전> <해피선데이> ‘하이파이브’에 이어 최근 <해피선데이> ‘1박 2일’, <김용만 이경규의 라인업> 등 출연자들이 떼를 지어 다양한 체험을 하는 형식이 예능계의 유행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표절논란·소재중복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해피선데이>(한국방송)는 여자연예인들이 중심이 된 ‘하이파이브’와 함께 강호동이 진행하는 ‘1박 2일’을 내보내고 있다. 이수근·이승기 등 남자연예인 여섯 명이 1박 2일 동안 여행을 떠난 과정을 쫓는다. <…라인업>(에스비에스)도 12월1일 ‘모의대선’ 이후 진행자 서바이벌에서 공익성을 강화한 리얼 버라이어티로 옷을 갈아입었다. 서해안 특집, 사찰 탐방, 군부대 위문으로 이어지며 감동과 웃음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방송은 <무한도전>의 여세를 몰아 2월6일부터 아나운서들이 추억의 인물을 방문하는 <네버엔딩 스토리>를 편성한다. 11월 파일럿 방송에서는 영화 <집으로>의 김을분 할머니 집을 방문해 1박 2일을 함께 지내는 모습을 담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형식이 없고 집단 진행자 체제로 대표되는 공통점이 있다. 스튜디오에 모여 수다를 떨던 프로그램이 줄고 몸으로 체험하는 형식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한도전>의 인기에 편승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의 화려한 모습보다 새우잠을 자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에 친근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서로 비슷한 양상이다 보니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무한도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재가 이제는 <…라인업>에서도 가능해지면서 프로그램의 색깔마저 모호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소재가 중복되어 제작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지난 5일 <…라인업>이 군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6일에는 <해피선데이> ‘하이파이브’가 군부대를 체험하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라인업>은 태릉선수촌을 기획했다가 <무한도전>이 그곳을 소재로 꾸린다는 기사를 본 후 기획을 포기했다고 한다. 박상혁 피디는 “‘하이파이브’에서 군부대를 먼저 기획했는데 방송을 우리가 먼저 타면서 피해를 준 것 같다”고 했다. ‘1박 2일’은 1박 2일 동안 여행하는 것으로, <…라인업>은 팀을 나눠 도전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두었다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소재의 차별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인다. 예능프로그램은 토크, 퀴즈쇼, 우리말 등 시대에 맞게 유행을 좇았다. 그러나 한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이에 뒤질세라 따라하는 방송사의 행태는 시청자가 다양하게 볼 권리를 박탈하게 된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도 그 안에서 차별화를 모색해 프로그램마다 색깔을 달리해야만 존재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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