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숙영의 파워FM’
비판 많자 “더 않겠다”
비판 많자 “더 않겠다”
에스비에스 라디오 <이숙영의 파워에프엠>(107.7메가헤르츠·오전 7시)이 31일치 2시간의 편성을 ‘영어몰입 방송’으로 하겠다며 대부분 영어로 진행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숙영의 파워에프엠>은 이날 기상청 연결, 청취자 연결, 최창호의 오늘의 인물 분석, 김용민의 조간브리핑, 가수 얀과 개그우먼 강주희의 ‘애정당 모여라’ 등 기존 꼭지 구성 그대로 영어로 방송했다. 다만 진행자와 초대손님, 청취자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산만해지자 청취자의 문자 소개 등 일부 꼭지는 한국어로 진행했다.
진행자 이숙영은 방송 말미에서 “한국만의 멋과 한이 있고 우리 나름대로 가진 정서가 있는데 모든 것을 영어로 한다면 이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며 “영어로만 방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고 영어몰입교육도 굉장한 준비가 있어야 될 것 같다”라고 방송 소감을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몰입 교육 방침이 논란을 빚던 와중인 지난 29일부터 ‘이틀 뒤의 영어몰입 방송’을 예고 했다.
방송 전후로 프로그램 게시판은 시끄러웠다. 청취자들은 방송 전날부터 “내일은 영어몰입방송이라 안 듣겠다.”(김광호) “영어방송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정권에 대한) 코드 맞추기, 아부라는 오해가 없어야 한다”(정원영) 등 우려섞인 의견을 게시판에 올렸다. 방송 뒤에 오준철씨는 “영어방송이 따로 있는데 굳이 (국내방송에서까지)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라는 의견을 적었다.
제작진은 이날 평소보다 핸드폰 문자 참여가 5분의 1로 줄어드는 등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영어몰입방송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경모 에스비에스 파워에프엠 책임프로듀서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갖고 기획한 게 아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진규 피디는 “영어에 관심이 많은 청취자들이 어느 정도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지 테스트 할 수 있도록 모험삼아 방송한 것”이라고 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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