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의 김대희, 신봉선, 장동민(왼쪽부터).
일반 가정서 일어나는 일들 소재로
동시대 가족의 현실·문제점 꼬집어
공감 맞장구치는 통쾌한 웃음 선사
동시대 가족의 현실·문제점 꼬집어
공감 맞장구치는 통쾌한 웃음 선사
‘가족’은 대중문화의 ‘영원한 소재’다. 모성애와 부성애로 애끓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어, 개그에도 가족을 소재로 삼은 코너(이하 가족 개그)가 많다. 대표적인 가족 개그라 할 수 있는 ‘쓰리랑 부부’(〈쇼비디오자키〉)부터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웅이 아버지’(〈웃음을 찾는 사람들〉) ‘대화가 필요해’ ‘사랑이 팍팍’(〈개그콘서트〉)까지, 시대가 변해도 가족 개그는 시청자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소통이 쉽지 않은 현대 가족을 풍자한 ‘대화가 필요해’팀에게 코너의 탄생 배경과 가족 개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공감대 =‘대화가 필요해’팀은 가족 개그의 인기를 먼저 ‘공감대 형성’에서 찾는다. 가족 개그는 탄생부터 가족에 뿌리를 둔다. ‘웅이 아버지’는 극중 웅이 아버지로 나오는 이진호의 친구 집 이야기를 개그로 옮긴 것이다. ‘대화가 필요해’는 김대희의 장인·장모가 밥 먹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장인·장모님 고향이 경상도인데 밥 먹을 때 말이 별로 없는 모습이 재미있어 소재로 삼았다.”(김대희) 보통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다 보니 소재도 가족과 연관된 경험담에서 찾는다. “내가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는 극중 봉선이의 대사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즐겨 하는 소리다.”(장동민) 극중 자린고비 같은 김대희의 모습은 알뜰한 장인어른을 과장시켜 빚은 것이라고 한다.
■ 풍자=가족 개그는 동시대성을 바탕으로 변주된다. 예전 ‘쓰리랑 부부’가 세 들어 사는 신혼부부의 애환을 담았다면 ‘대화가 필요해’는 식사시간을 배경으로 각자의 일에 바빠 대화가 없는 요즘 가족을 조명한다. 부모의 권위에 대한 풍자도 담는다. ‘쓰리랑 부부’는 여성의 지위가 지금보다 낮았던 시절 남편보다 기가 센 순악질 여사를 내세워 여성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대화가 필요해’는 고개 숙인 가장의 모습을 코너에 담았다. “아버지라고 하면 예전에는 근엄함의 표상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극중 아버지 대희는 겉보기에는 엄격하고 무서워 보이지만 이빨 빠진 호랑이다. 대한민국 가장의 슬픔도 이야기하고 싶었다.”(김대희)
■ 소통=가족 개그는 시청자와 개그맨이 코너와 함께 성장한다. ‘대화가 필요해’는 1년 넘게 전파를 탔는데 처음에는 등장인물의 이름만 알던 시청자들이 동민에게 동생이 있고, 봉선이가 대희보다 4살 연상이라는 것 등 소소한 가족사를 하나 둘씩 알게 됐다. 시청자들이 동민이의 가족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재미의 요소다. 연기를 하는 개그맨의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생긴다. 장동민은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시작한 뒤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가면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가족 개그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가족도 타인도, 가족 못지않은 정을 나누게 만드는 것이 가족 개그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장동민)
‘대화가 필요해’ 최고 명대사 “밥 묵자”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한 마디 툭 던지는 대사가 일품이다. 시청자들이 “맞아, 내 이야기야”라고 무릎을 칠 만한 대사가 터져나오는 순간 코너는 빛난다. ‘대화가 필요해’를 보면서 가장 제 발 저린 이들은 중고등학생 시청자가 아닐까. 공부 못하고 반항끼 있는 극중 동민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행실이 못마땅한 아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밉살스러운 법. “머리 꼬라지 봐라” 하며 눈을 흘기던 아버지는 모처럼 마음잡고 독서실에서 공부한 아들에게 “어딜 쏘다니다 오냐”고 야속한 소리를 한다. 주로 장동민의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는 실제로 말 안듣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동민이 성적표 안가져오나”라는 극중 김대희의 대사 때문에 누리꾼들이 “성적표 숨긴 걸 아빠에게 걸려서 혼이 났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단다.
영어가 나오면 꼭 한두 글자씩 틀리게 말하는 엄마들이 뜨끔해할 대사 “레미콘 어딨노”도 인기를 모았다. 실제로 외래어를 몹시 헛갈려하는 장동민 어머니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어딘지 수상쩍은 남편에게 내뱉는 한 마디 “어제 누구랑 있었습니까” 식의 대사들이 불쑥 튀어나와 웃음을 준다. 그러나 이 코너의 숱한 명대사들 가운데 “밥묵자”보다 좋은 대사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대화 없는 가족의 현실이 이 한 단어에 함축돼 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대화가 필요해’ 최고 명대사 “밥 묵자”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한 마디 툭 던지는 대사가 일품이다. 시청자들이 “맞아, 내 이야기야”라고 무릎을 칠 만한 대사가 터져나오는 순간 코너는 빛난다. ‘대화가 필요해’를 보면서 가장 제 발 저린 이들은 중고등학생 시청자가 아닐까. 공부 못하고 반항끼 있는 극중 동민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행실이 못마땅한 아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밉살스러운 법. “머리 꼬라지 봐라” 하며 눈을 흘기던 아버지는 모처럼 마음잡고 독서실에서 공부한 아들에게 “어딜 쏘다니다 오냐”고 야속한 소리를 한다. 주로 장동민의 경험담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그는 실제로 말 안듣는 아들이었다고 한다. “동민이 성적표 안가져오나”라는 극중 김대희의 대사 때문에 누리꾼들이 “성적표 숨긴 걸 아빠에게 걸려서 혼이 났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단다.
영어가 나오면 꼭 한두 글자씩 틀리게 말하는 엄마들이 뜨끔해할 대사 “레미콘 어딨노”도 인기를 모았다. 실제로 외래어를 몹시 헛갈려하는 장동민 어머니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어딘지 수상쩍은 남편에게 내뱉는 한 마디 “어제 누구랑 있었습니까” 식의 대사들이 불쑥 튀어나와 웃음을 준다. 그러나 이 코너의 숱한 명대사들 가운데 “밥묵자”보다 좋은 대사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대화 없는 가족의 현실이 이 한 단어에 함축돼 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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