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코드
소통없는 현대 사회의 도시인들
미지의 코드(E 밤 11시20분) =소통할 수 없는 사회의 폐쇄성을 역설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짧은 프롤로그가 끝나면 무려 10분이 넘는 롱테이크가 나오는데, 이 장면은 영화의 형식과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인종과 계급이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카메라에 담기고 그것은 그 자체로 현대 도시생활의 축소판이다. 무대는 파리, 어떤 이가 구걸하는 사람에게 던진 구겨진 종잇조각은 한순간에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끈이 된다.
젊은 여배우 안(쥘리에트 비노슈)은 영화계 데뷔를 앞두고 있고, 남자친구이자 전쟁사진가인 조르주(티에리 뉴빅)는 항상 외국을 돌아다닌다.
영화는 순서를 무시한 채 이들을 옮겨다닌다. 지하철 안에서 불량청년들에게 침을 맞는 장면은 악몽처럼 느껴진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를 만든 미카엘 하네케 감독 특유의 시각이 혼란스럽게 버무려져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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