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박성광(왼쪽)과 박영진.
박성광·박영진 ‘개그콘서트’ 인기몰이
9년째 호흡 맞춰온 동갑내기
9년째 호흡 맞춰온 동갑내기
뒤통수치는 ‘말장난’ 재미…대학 개그동아리에서 만나
“아이디어 고민? 재미없으면 바꾸면 되고…” “트레이너 박영진씨, 식이요법은 어떻게 해야 하죠?” “햄버거 같은 거 먹지 마.” “그럼 뭘 먹죠?” “햄버거.” “먹지 말라면서요.” “햄버거 ‘같은’ 거 먹지 말라 그랬지 햄버거 먹지 말라 그랬어?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할래요’ 그러면 아빠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참 말 되면서 말 안 되는 ‘말장난’이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박 대 박’ 코너는 바로 이 말장난 개그로 인기를 굳혔다. 박성광, 박영진 두 사람은 10여분 동안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와 초대손님 역할을 맡아 오로지 말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논리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재빠르게 뒤통수를 친다. “초대손님의 직업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아요. 탐험가,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고 공감하기 힘든 직업으로 나왔을 때는 별 재미를 못 봤어요.”(박영진) 이들의 말장난은 공부하듯 골몰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회의 때 작가를 포함해 세 사람이 둘러앉아 한 명이 툭 말을 던지면, 다른 한 명이 탁 받고, 이걸 상대가 다시 쳐 보낼 수 있어야 일단 재미있는 걸로 뽑아둔다. 그렇게 한 코너에서 5묶음 정도 웃기는 대화가 오가려면 그런 묶음을 200개씩은 짜두고 추려야 한다. 리허설을 네 차례 거치는데 리허설마다 20번씩은 맞춘다. “대사가 다섯 글자라면 연습을 거쳐 세 글자로 줄여요. 딱 듣고 웃겨야 하니까 (문장이) 짧아야죠.”(박성광) 이 코너는 권위에다 대놓고 “메롱” 하는 재미를 준다. 인기를 끈 국회의원 편에서는 “국민이 이러실 줄 모르고 뽑았을 거 아닙니까”라고 질문하니 “나도 내가 당선될 줄 몰랐어, 모르고 그런 거야”라고 받아쳤다. 박영진은 “모두 잘 아는 거를 조금만 틀어줘도 속 시원해진다”고 말했다. 말의 랠리가 이어져도 방청객 반응이 신통치 않을 때는 진행자 박성광을 구박하면 여지없이 웃음이 터진다. “제가 원래 그렇게 당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 진짜 삶도 점점 비슷해져 가고 있어요.”(박성광)
하루아침에 이룬 말발 호흡이 아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박성광이 만든 개그동아리 ‘중독자’에서부터 맞춰본 내공이다. 27살 동갑내기로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둘은 군대도 같은 시기에 갔다. 지하철 타고 가다 투닥투닥 말 주고받으면 그게 다 연습이고 개그가 됐다. “처음엔 ‘(박성광을 보며) 쟤는 좀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고 경계했어요. 그런데 성광이 주변에 사람이 모이더라고요. 말발도 좋고 …. 이용해 먹으려고 제가 먼저 말 걸었어요.”(박영진) “‘돌아이’인줄 알았는데 웃겨서 저도 언젠가 이용하려고 같이 다닌 거예요.”(박성광)
박성광은 “원래 나대는 스타일”이고 박영진은 “무대공포증이 있어 뒤에서 몰래 웃기는 스타일”이라는데 하도 같이 다니다 보니 “서로 닮아간다”고 한다.
‘박 대 박’이 8개월째 접어들면서 아이디어 고민도 커졌다. “아 뭐, 코너가 재미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없으면 바꾸면 되고, 바로 내리면, 새 코너 짜면 되고 …. 특별히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나이 들어서도 쭉 웃기고 싶어요. 그때 새로운 ‘박 대 박’쇼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고요.”(박영진)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이디어 고민? 재미없으면 바꾸면 되고…” “트레이너 박영진씨, 식이요법은 어떻게 해야 하죠?” “햄버거 같은 거 먹지 마.” “그럼 뭘 먹죠?” “햄버거.” “먹지 말라면서요.” “햄버거 ‘같은’ 거 먹지 말라 그랬지 햄버거 먹지 말라 그랬어?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할래요’ 그러면 아빠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참 말 되면서 말 안 되는 ‘말장난’이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박 대 박’ 코너는 바로 이 말장난 개그로 인기를 굳혔다. 박성광, 박영진 두 사람은 10여분 동안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와 초대손님 역할을 맡아 오로지 말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논리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재빠르게 뒤통수를 친다. “초대손님의 직업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아요. 탐험가,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고 공감하기 힘든 직업으로 나왔을 때는 별 재미를 못 봤어요.”(박영진) 이들의 말장난은 공부하듯 골몰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회의 때 작가를 포함해 세 사람이 둘러앉아 한 명이 툭 말을 던지면, 다른 한 명이 탁 받고, 이걸 상대가 다시 쳐 보낼 수 있어야 일단 재미있는 걸로 뽑아둔다. 그렇게 한 코너에서 5묶음 정도 웃기는 대화가 오가려면 그런 묶음을 200개씩은 짜두고 추려야 한다. 리허설을 네 차례 거치는데 리허설마다 20번씩은 맞춘다. “대사가 다섯 글자라면 연습을 거쳐 세 글자로 줄여요. 딱 듣고 웃겨야 하니까 (문장이) 짧아야죠.”(박성광) 이 코너는 권위에다 대놓고 “메롱” 하는 재미를 준다. 인기를 끈 국회의원 편에서는 “국민이 이러실 줄 모르고 뽑았을 거 아닙니까”라고 질문하니 “나도 내가 당선될 줄 몰랐어, 모르고 그런 거야”라고 받아쳤다. 박영진은 “모두 잘 아는 거를 조금만 틀어줘도 속 시원해진다”고 말했다. 말의 랠리가 이어져도 방청객 반응이 신통치 않을 때는 진행자 박성광을 구박하면 여지없이 웃음이 터진다. “제가 원래 그렇게 당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 진짜 삶도 점점 비슷해져 가고 있어요.”(박성광)

개그맨 박성광(왼쪽)과 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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