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본디 사진묶음이다. 기계장치로 사진 이미지들을 연속시켜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값싸게 재현가능한 이야기 영상의 매력 덕분에 영화는 미술보다 우뚝한 대중장르가 됐다. 오히려 현대미술가들은 잘 나가는 영화 장르 곳곳에서 슬쩍 영감을 캐어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의 ‘시각서사’전은 영화와의 경계 넘나들기에 심취한 국내 작가들 10명의 이색작업들을 보여준다. 출품작들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 극적 장면, 얼개와 감각영상 따위를 설치, 영상, 사진 등에 대입시킨 것들이다. 작가의 젊은 시절 얼굴을 특정한 영화 속 등장인물의 얼굴에 합성시킨 강홍구씨의 디지털 사진(사진)과 잡다한 필름을 짜깁기해 타일문양처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버린 김범수씨의 작업 등은 작가의 욕망, 조형의식을 발산하는 매개체로서 영화읽기를 드러낸다. 사물과 그 사물표면에 내쏘인 다른 이미지 영상이 어우러져 재현과 실제 사이에 혼돈을 일으키는 김창겸씨의 비디오설치물, 거장 앵그르의 명화 <샘>의 몸짓을 실제 누드모델이 재현하게 한 박혜성씨의 영상물, 헐리우드의 한국영화 압박을 미국영화의 장면과 한국 영화의 장면을 교차 편집하는 식으로 비판한 이중재씨의 <엉클 샘> 등도 영화 틀 자체를 뒤틀거나 영상기법을 차용하며 다른 의미를 표출한 발상이 돋보인다. 2월26일까지. (02)736-437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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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영화를 해체하다 ‘시각서사’ 전 |
영화는 본디 사진묶음이다. 기계장치로 사진 이미지들을 연속시켜 이야기를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값싸게 재현가능한 이야기 영상의 매력 덕분에 영화는 미술보다 우뚝한 대중장르가 됐다. 오히려 현대미술가들은 잘 나가는 영화 장르 곳곳에서 슬쩍 영감을 캐어가는 경우도 많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의 ‘시각서사’전은 영화와의 경계 넘나들기에 심취한 국내 작가들 10명의 이색작업들을 보여준다. 출품작들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 극적 장면, 얼개와 감각영상 따위를 설치, 영상, 사진 등에 대입시킨 것들이다. 작가의 젊은 시절 얼굴을 특정한 영화 속 등장인물의 얼굴에 합성시킨 강홍구씨의 디지털 사진(사진)과 잡다한 필름을 짜깁기해 타일문양처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버린 김범수씨의 작업 등은 작가의 욕망, 조형의식을 발산하는 매개체로서 영화읽기를 드러낸다. 사물과 그 사물표면에 내쏘인 다른 이미지 영상이 어우러져 재현과 실제 사이에 혼돈을 일으키는 김창겸씨의 비디오설치물, 거장 앵그르의 명화 <샘>의 몸짓을 실제 누드모델이 재현하게 한 박혜성씨의 영상물, 헐리우드의 한국영화 압박을 미국영화의 장면과 한국 영화의 장면을 교차 편집하는 식으로 비판한 이중재씨의 <엉클 샘> 등도 영화 틀 자체를 뒤틀거나 영상기법을 차용하며 다른 의미를 표출한 발상이 돋보인다. 2월26일까지. (02)736-437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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