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프로젝트 런웨이’ 한국판 첫 방송
경쟁은 오랜 인간 사회의 기본원리다. 경쟁의 과실은 달고 패배는 쓰지만, 승자든 패자든 그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경쟁을 구경하는 건 즐겁다.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를 극대화한 미국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프로젝트 런웨이>의 한국판이 오는 7일 첫 방송을 탄다. 케이블·위성채널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밤 12시)가 그것이다. 매주 금요일 같은 시간에 모두 10차례 방송한다.
지난 3일 시사회에서 공개된 1회 방송분을 보면, 신인 패션디자이너들의 경쟁을 담은 미국판과 구성 및 세트가 거의 흡사하다. 도전자는 모두 14명. 매주 수행한 과제를 평가받고 1명씩 탈락한다. 마지막 남은 3명이 올봄 열리는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서 결선을 치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포맷은 미국판과 판박이지만, 도전자들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것 같다. 누구는 외국 패션학교에 최연소 입학했고, 누구는 순수 국내파로 공부했다. 누구는 학원 강사를 하다 꿈을 이루려고 뒤늦게 유학길에 올랐고, 누구는 백수로 지내다 먹고살기 위해 도전했다. 합숙을 시작하며 아기와 떨어진 엄마도 있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이들이다.
이런 도전자들의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모습 하나하나가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첫 미션 봉투를 받고 “어머, 방송에서 본 거랑 똑같아”라며 들뜨는가 하면, 좋은 재료를 차지하려 뜀박질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 온 신발로 갈아신기도 한다. 서로 견제를 하지 않는 척하면서도 물밑에선 뜨거운 견제가 오고 간다.
드디어 자신의 첫 작품이 런웨이에 올려지는 순간, 14명의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자기 옷은 물론 경쟁자의 옷에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심사를 담당한 슈퍼모델 출신 이소라, 디자이너 김석원, <엘르 코리아> 신유진 편집장의 눈길은 냉정하다. 1회에선 미국판 시즌 4 도전자로 돌풍을 일으킨 한국계 디자이너 빅토리아 홍도 심사위원으로 깜짝 출연했다.
첫 번째 탈락자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이보다 더 야속할 수가 없다. 탈락자는 울먹이며 외친다. “날 떨어뜨린 건 실수다. 두고 보자. 다른 데서 반드시 날 볼 수 있을 거다.” 패자에게 더 큰 의지와 오기를 북돋워 주는 건, 경쟁의 숨은 미덕일 듯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온스타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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