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고>
SBS 새 월화드라마 ‘자명고’
자명-호동 엇갈린 운명 직조
자명-호동 엇갈린 운명 직조
설화 속 자명고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적이 쳐들어오면 저절로 울리는 북이다. 낙랑공주는 사랑을 위해 아버지의 나라를 배신했다. 사랑하는 여인 덕에 철옹성보다도 단단한 자명고의 방어선을 뚫고 낙랑국을 점령한 고구려의 호동왕자. 하지만 자신을 도운 탓에 죽음을 맞은 낙랑공주를 그리다 끝내 하늘나라로 뒤쫓아간다.
이 자명고 설화가 대하 사극으로 재탄생한다. 에스비에스가 오는 9일부터 50부작으로 방송하는 월화 드라마 <자명고>(밤 9시55분)다. 그렇다고 <자명고>가 설화를 그대로 좇기만 하는 건 아니다. 설화를 뼈대로 하되 역사적 상상력이라는 살을 붙여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새롭게 빚어낸다.
상상의 나래는 자명고가 북이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그 옛날 적의 침입에 저절로 울리는 북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작가는 논문들을 뒤지다 “자명고가 실은 첩보원이나 정보원 같은 스파이 시스템의 일종이었다”는 주장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자명고를 낙랑의 또 다른 공주 ‘자명’으로 설정하는 드라마의 모티프가 됐다.
자명(정려원)은 낙랑국 왕 최리(홍요섭)와 그의 첫 번째 부인 모하소(김성령) 사이에서 태어난 왕녀다. 자명은 태어날 때부터 왕위 계승권자로 정해졌지만, 이복 자매 라희(박민영)의 생모이자 왕의 두 번째 부인인 왕자실(이미숙)의 계략으로 아기 때 궁 바깥으로 버려진다. 기예단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며 성장한 자명은 나중에 자신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고 운명을 피하지 않는다. 왕실로 돌아가 빼앗긴 자리를 되찾기 위해 치열한 암투의 한가운데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의 발단은 사랑이었다. 자명은 적국의 왕자 호동(정경호)을 사랑하게 되지만, 호동은 라희와 정략 결혼을 한다. 자명과 라희, 호동의 엇갈린 사랑은 차디찬 야망과 뒤섞여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로 치달아 간다.
주인공 자명 역으로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정려원은 지난 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예전엔 사극의 ‘사’ 자만 들어도 싫을 정도로 어렵게만 느꼈었는데, 대본을 본 뒤 자명이란 인물에 빠지게 됐다”며 “현대적 감각으로 쉽게 풀어놓은 사극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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