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스캔들
출연자, 남자 연예인과 ‘가상의 연인’
시청자 대리만족…출연 신청 쏟아져
시청자 대리만족…출연 신청 쏟아져
여심 흔드는 ‘엠넷 스캔들’
“동방신기와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터넷 포털엔 이런 질문이 쏟아진다. 빅뱅의 권지용과 만나는 방법, 심지어 일본 아이돌 마쓰모토 준과 결혼하는 방법도 묻는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현실의 남자로 둔갑하는 순간. <엠넷 스캔들>(수 밤 11시)은 이런 팬심을 훔친다.
■ 스타의 연인 <스타 데이트> 등 연예인과 일반인의 만남을 다룬 프로그램은 더러 있었다. <스캔들>은 ‘7일간 가상의 연인’이란 설정으로 한발 더 내디딘다. <스캔들>에서 연애는 이미 시작됐다. 여자 출연자는 남자 연예인의 인생으로 들어간다. 커플 폰으로 연락하고 시간을 쪼개어 데이트를 즐긴다. 시간이 안 나면 남자 연예인의 스케줄에 동행하기도 한다. 그들의 데이트는 ‘리얼’이다. 닉쿤 편에 출연한 김민선씨는 “바쁜 스케줄에도 아침마다 문자를 보내주는 등 촬영이 아닐 때도 나를 배려해 주었다”고 했다. 수십명의 팬들이 모인 곳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만인의 연인이 나만의 연인이 되는 드라마. 현실에 발디딘 망상은 여심을 통째로 빼앗는다.
시청자들은 거침없이 빙의된다. 시청자 최진아씨는 “내가 여자 출연자가 된 듯 보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악플 100만 개’는 달렸을 상황도 대리만족하며 넘어간다. 그래도 열성팬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우리 쿤에게 이상한 것 시키면 누나팬들 일어납니다!”(hyun2327ta) 출연 번복할 수 없다면 수위 조절이라도 해달라는 애증 섞인 부탁도 재미있다.
■ 연인의 로망 무서운 팬심이 신데렐라의 꿈을 넘을 순 없다. <스캔들>엔 출연 신청이 쏟아진다. 김민선씨도 “욕도 많이 먹었지만 그런 것들 다 잊을 만큼 행복한 선물이었다”고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설레는 건 여자 출연자만은 아닌 듯하다. 평범한 남자로 돌아가 평범한 연애를 할 수 있으니 남자 연예인들도 들뜨긴 마찬가지다. 오지은 엠넷 홍보담당자는 “이성친구를 만날 기회가 없으니 출연 자체를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스캔들>에 등장하는 모든 데이트 코스와 프러포즈 방법은 남자 연예인들이 평소 꿈꾸던 ‘로망’의 실현이다. <스캔들> 권영찬 피디는 “미리 하고 싶은 데이트를 상의한다. 차에서 듣는 음악까지도 남자 연예인이 직접 고른다”고 했다. 여자 출연자도 남자 연예인의 이상형에 가까운 인물로 정한다.
■ 로망은 깨지나 <스캔들>의 또다른 재미는 아이돌의 연애 엿보기다. 지금껏 2PM 닉쿤·옥택연, 2AM 조권, FT아일랜드 이홍기 등 잘나가는 아이돌이 대거 출연했다. <스캔들>이 아이돌을 향한 달라진 시선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돌에게 연애, 여자는 금지어나 마찬가지였다. 만인의 연인이어야 할 그들에게 ‘한사람의 존재’는 만인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시대가 변했나, 생각이 달라졌나.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이 열풍을 일으키며 ‘아이돌의 연애는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꿈같은 일주일이 지나면 여자도 남자도 현실로 돌아온다. <스캔들>은 데이트가 끝난 뒤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것으로 지속적인 만남 여부를 결정한다. 실제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전화번호를 받든 못 받든 행복한 꿈에서 깨면 허무하기 마련이다. 닉쿤과의 만남이 이어지지 않은 김민선씨는 “당연한 결과라고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심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데니안 편에 출연해 연락처를 받았던 김연아(가명)씨도 “일주일 동안 연인이었을 때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고 했다.
<스캔들>은 ‘걸그룹’ 멤버를 시작으로 여자 연예인과 일반인 남자의 사랑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엠넷 제공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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