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혼을 담는 그릇, 투명한 갈색 눈

등록 2009-08-24 14:46

임주은
임주은
당찬 빙의 연기 ‘호러퀸’ 등극
작품마다 다양한 얼굴 ‘장점’
“독특한 배역에 도전하고파”
MBC ‘혼’ 임주은 인터뷰

네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혼들이 그의 눈을 본다. 그 눈은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투명하다. 혼들은 그 눈으로 너무 쉽게 들어간다. 혼을 받아들인 눈은 갑자기 변한다. 임주은(22)이 눈에 띄는 까닭은 꼭 뭐라고 규정할 수 없는 갈색 눈에 있다. 초록색 눈의 심은하를 기억한다. 납량특집 드라마의 대명사였던 <엠>에서다. 갈색과 초록색의 눈 사이에 15년이 흘렀다. <혼>(문화방송 수목 밤 9시55분)에서 임주은은 하늘만 쳐다봐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지만, 위로 살짝만 치켜떠도 단번에 ‘호러 퀸’으로 변한다. 1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인공을 꿰찬 비결의 8할도 이 오묘한 눈빛에 있으리라. “사람들이 제 눈을 볼 때, 감정이 담긴 눈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윤하나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철없는 부잣집 딸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예능프로그램 <강력추천 토요일>에 ‘실험녀’로 나왔을 땐 단아한 모습에 누구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혼>에선 의외의 중성미가 눈에 띈다. 머리를 자르자 눈빛이 살아났다. 무표정한 얼굴에 살짝 벌어진 입술이 다른 사람인 듯 생소하다. “<혼>에선 예뻐 보이려고 하지 않았어요. 관심은 원혼들의 슬픔을 어떻게 공포로 표출하느냐였죠.”

<혼>에서 연기하는 윤하나는 쌍둥이 동생이 죽자, 남의 혼이 빙의된다. 빙의 전과 후는 극과 극이다. 그동안은 모호한 눈빛처럼 실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의존했다. 빙의 뒤에는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사회악에 대해 원혼을 대신해 복수에 나선다. “부담이 커졌어요. 감정 신도 힘들어지고. 호흡이 거칠고 강해 표현의 한계를 느낄 때도 많아요. 빙의되는 순간도 표정으로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틱장애가 필요하더라고요. 하나가 빙의되는 것을 거부하는 액션이죠. 고개를 꺾기도 하고.” 영화 <렛 미 인> <샤이닝>을 보며 광기 어린 연기를 참고했다는데, 공부한 것처럼 잘 표현되지 않는지, 자신의 연기에 가장 가혹한 건 그 자신이다.

머리로만 싸우면 되는 신류(이서진)와는 달리, 복수를 하는 주체인 하나는 와이어에 매달리고 맨발로 도로를 질주하는 등 표정뿐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도 동반한다.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을 텐데 감정 신이 힘들었던 탓일까, 10시간 물속 촬영에 저체온증까지 호소한 일에 대해 물으니 “그런 건 고생 축에도 안 든다”며 웃어 버린다.

“주변에 말도 못할 정도로 당연한 게 돼버렸으니까.(웃음) 호기심이 많아 오히려 재미있어요.”

임주은. 문화방송 제공
임주은. 문화방송 제공
임주은 공포물을 좋아한다는 임주은은 실제로도 겁이 없다. 피가 몸에 쏟아져도 의외로 짜릿하단다. “신기하잖아요. 언제 이렇게 피를 묻혀보겠어요.” 밝고 씩씩하다는 점에서 임주은과 윤하나는 닮았다. 하나가 불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임주은도 트라우마가 있을까? “옛날에 바다에 빠진 기억이 남아 있어 지금도 물을 무서워해요. 처음엔 세수하다가 얼굴을 물에 담그고 있는 장면조차 바들바들 떨면서 찍었어요. 그랬던 제가 10시간 동안 물속 촬영도 했으니 놀라울 따름이죠.” 윤하나가 불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혼>을 찍으면서 임주은이 물을 극복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성장하는 배우다.

그는 스스로를 향할 때 더 매섭다. “나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에요. 뭔가 해야겠다 싶으면 밤을 새서라도 만들어내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알겠다. 중학교 때 호기심에 소속사에 들어갔고, 연기 연습을 하면서 이 길이라고 생각한 뒤 앞만 보고 달렸다. 의외로 단편 작품이 많다. 2005년 옴니버스영화 <폭풍의 언덕>, 2006년 단편영화 <백림>, 2007 씨지브이 채널영화 <램프의 요정> 등이다. “아직은 내공을 쌓아야 하니까. 규모 상관없이 독특하고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역도 이런 거다. “사연 많고 고생스러운 역? 억척스럽기도 하고 캔디 같은 인물도 괜찮고.” 또 고생이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혼>보다 더한 고생은 없을 것 같다”며 웃는다. 이 당찬 소녀가 생각하는 공포는 뭘까. “사람…, 나 자신?”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