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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6 16:27 수정 : 2005.01.16 16:27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은행 운영권과 정책기능 이관 등으로 몸집이 불었으나 관장-학예직 사이의 내부 갈등을 풀지 못하고 있다. 미술관 상징물 가운데 하나인 백남준씨의 영상설치물 <다다익선>의 모습. <한겨레>자료사진



전시기획 학예실 복귀 관료전횡 차단
‘미술은행’ 떠맡아 작품구입 입김 세져
공룡변신 뒤켠 내부갈등 등 숙제 산적

도약의 기회일까. 다른 위기의 시작일까. 국내 최대의 공공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의 행보에 새삼 미술동네의 눈길이 쏠린다. 직제개정으로 학예실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한 데 이어 공·사립 미술관 정책기능과 올해 신설되는 미술은행 운영권 등을 잇따라 넘겨받으면서 유례없는 ‘공룡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창립 36돌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미술제도의 병폐를 집약한 상징물처럼 인식되어 왔다. 학예직 위에 군림해온 문화부 행정관료들의 전횡과 빈약한 전시기획, 뒷말 많은 소장품 구입과정 등 운영상의 해묵은 문제들이 비판의 근거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직제개편으로 행정직이 주도하던 전시과가 없어지고, 전시기획과 연구, 관리 기능이 학예연구실로 일원화하면서 미술관 운영의 큰 걸림돌이 하나 사라졌다. 행정직 관료의 지휘를 받던 전시과의 학예직 5명이 학예실로 복귀하고, 별정직 보조인력까지 합쳐 학예실 인력은 28명으로 늘어났다. 행정직이 전시를 주도하고, 학예실은 연구지원에 머물렀던 기형적 구조를 뜯어고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미술관이 운영주체가 되어 추진할 미술은행(아트뱅크)은 돈가뭄에 시달리는 미술시장의 유력한 젖줄로 떠오를 조짐이다. 최근 문화관광부 발표로 가시화한 미술은행제는 젊은 작가 작업 위주의 미술품을 사들여 공공건물에 전시하거나 일반인, 기업 등에 빌려주는 것이 뼈대다. 미술관 쪽은 운영위와 작품 구입심사·추천위를 별도로 구성해 올해의 경우 예산 25억원을 들여 200-300점의 미술품을 사들이며 내년부터 6년 간 연간 예산을 30억원 내외까지 늘릴 계획이다. 화랑가에서는 큰 손인 기업주들의 작품구입이 거의 끊긴 상황에서 미술은행제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또 전시과가 없어지고 문화부 본부에서 맡았던 공사립미술관의 미술관 진흥정책과 육성, 지원, 예산, 감사, 사정 업무까지 포괄하는 미술관 정책과도 옮겨오면서 외형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이다. 학예실이 주무를 작품구입 관리 예산도 지난해 52억5천만원에서 올해는 미술은행 구입비 25억이 추가된 80억13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시기능이 없을 때 3억여 원대를 썼던 것에 비하면 무려 20배 이상 커진 액수다.

하지만 미술관 인적 구성과 운영체제가 변화를 떠맡기에 역부족이라는 견해도 적지않다. 실질 업무를 맡을 학예직 정원(현 15명)의 증원과 4급인 학예실의 직급 격상 등의 현안은 문화부의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많은 기존 소장품 구입과정과 별개로 미술은행 작품구입까지 떠맡아 화랑, 작가들의 이해관계에 더욱 휘말릴 것이란 우려도 없지않다.

조직 내부 분위기는 더욱 심상치않다. 재야 미술운동가 출신인 김 관장과 성향이 판이한 학예실 사이에 불화설이 심심찮게 나온 지 오래다. 올해 시안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책임운영기관화와 학예직의 계약직 전환을 추진중인 관장과 이에 반대해온 학예실 사이의 갈등은 이미 표면화된 바 있다. 전시기획 측면에서도 지난 8월 열린 평화선언2004 세계100인 미술가 전의 경우 학예실과의 견해차이로 김 관장이 사실상 혼자 전시를 기획한 바 있고, 올 8월 예정된 해방 60돌 기념 근대미술 100년전의 경우도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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