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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6 16:32 수정 : 2005.01.16 16:32

의협 “의사 모욕…용서 못해”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의 ‘불법 지방흡입술 현장’ 보도가 큰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쪽과 일부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익 차원의 알권리 보장·언론 자유와 잠입 취재·몰래 카메라 사용·선정적 화면 등 취재·보도 방식 사이에서 ‘정당한 고발’이라는 견해와 ‘인격 모욕’이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 9일 ‘충격현장, 환자는 마루타’라는 꼭지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자가 의사를 대신해 불법 지방흡입술을 시술하는 현장을 고발했다. 이 보도를 보면, 의료기 판매업자가 지방흡입술 경험이 없는 의사에게 수술 방법을 교육하면서 실습을 시켰고, 환자가 의사의 ‘실습’ 동안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도 나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또 이 판매업자가 “이런 수술을 5천건 이상 시술했다”며 불법 지방흡입술이 의료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증언한 대목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의협 태도 돌변 “응징하겠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료기 판매업자가 시술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회원에 대해 회원 영구 제명하고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등 강력 제재하겠다”고 밝혀 파문을 잠재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김재정 의협 회장은 13일치 의협의 기관지인 <의협신문>에서 “고의적으로 의사의 자존심을 깔아뭉개고 반인륜적 행위를 한 엠비시를 용서할 수 없으며 모든 수단을 다해 응징하겠다”고 말해 다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또 의협 쪽은 홈페이지 회원 전용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엠비시는 의사의 인격을 짓밟았다”며 “문화방송 시청거부 운동과 의사들의 출연 거부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담당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전자우편 주소도 공개했다. 의협 쪽은 이 글에서 ‘기자의 사무장 사칭 잠입 취재’와 ‘악의적 촬영과 여과없는 방송’ 등 취재·보도 방식을 비난했다. 그러나 의협 홍보실 관계자는 “(이 글이) 의협의 공식 입장은 아니며 현재는 대응책을 논의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취재한 김병헌 기자는 “(의사 무릎 꿇는 장면은) 데스크의 판단을 거친 것으로 방송에 나가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해 그 의사의 행태를 보고 전체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잠입취재가 아니었다면 그런 현장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고, 공공이익을 위한 잠입취재는 관례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누리꾼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편, 의협 쪽의 대응방식은 방송보도 내용의 본질을 외면한 감정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최혁순’이라는 이는 의협 게시판에 “지식인 집단으로서 자기 변화를 도모해야지 자기집단만 보호하는 것은 정말 어이없다”며 “좋은 의사까지 욕먹는 것이 안타깝지만 오히려 의사들 스스로 반성을 촉구하고 사과해야 발전하고 존중받을 수 있다”고 적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도처에 흠집많고 불투명한 사회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이익집단들은 무작정 정보 공개를 막으려하니 취재 방식이 잠입 형식이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결과 중심주의의 단발적인 언론 보도 방식도 점차 구조적 정책적인 접근 방식을 갖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보도 태도에서 비판받을 대목이 있고, 공익을 위한 위장취재가 어디까지 허용될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몰래카메라가 아니면 불법 현장을 취재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번 보도는 ‘과’보다 ‘공’이 많은 고발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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