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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7 16:16 수정 : 2005.01.17 16:16



“공교육 현장에서 새 희망찾기”

알록달록 풍선이 교실을 메우고, 비누방울 불기가 한창이다. 손짓발짓 하며 부르는 ‘올챙이 송’이 교실 밖으로 울려퍼진다. 미술시간도 음악시간도 아닌데,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고 풍선 불기에 딴생각이 없다. 놀랍게도 많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수학 시간이다. 전남 목포 덕인중학교의 수학 시간은 바닷가에서도 펼쳐진다. 소라 껍데기의 동심원 무늬를 보면서 ‘소수의 원리’를 공부한다. 주위에서 흔히 보는 복사용지에서는 ‘닮음의 원리’를 찾는다. 딱딱하고 어려운 수학이 학생들에게 흥겨운 놀이가 된다. 지난 16일 오후 6시20분 방송된 교육방송 희망다큐멘터리 <학교> 1편 ‘신바람! 수학’이 생활 속의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소개했다.

‘신바람! 수학’ 의 교실 신선한 감동

학교가 무너지고, 학원과 과외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우리의 교육적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앞날을 결정지을 미래 세대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교육의 피폐화는 조기 유학, 원정 출산, 교육 이민으로 나아가거나, 극단적인 교육 불평등으로 드러났다. 누구 하나 “대한민국의 학교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는 비관을 숨기지 않는다. 듣는 이도 이를 반박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때 다큐멘터리 <학교>가 역설적으로 공교육 현장을 되찾았다. 사그라드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함이다.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학교와 공교육을 되살리려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덕인중학교엔 신상운 선생님이 있다. 그는 ‘수학이 너무 싫다’는 학생들 말에 충격을 받아 새로운 수학 수업 모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신문을 보며 수학 관련 자료를 모았고, 수학과 직접 관련 없더라도 흥미 유발을 위해 유머, 명언, 음악 책들도 섭렵했다. 그러다 1999년 5월엔 인근의 동료 교사 10여명과 ‘전남 서부 수업모형개발연구회’도 만들었다. 이들이 연구한 ‘새롭고 신나는 수학 교습법’은 직접 교육 현장에 적용된다. ‘칠판과 분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접고 자르기부터 율동까지 열심히 익히는 교사들의 모습은 ‘학교’에 절망한 이들에게 새 희망을 일깨웠다.

희망다큐멘터리 <학교> 1편은 ‘공교육 현장의 새로운 희망찾기’에서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수학 학습법 개발이라는 소재가 널리 설득력 있게 제시됐고,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제작된 점도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 학교를 찾은 것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무엇보다, ‘학교에 아직도 이런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려 했다는 시도 자체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과 교사 외에 부모의 입장이나 구실, 반응 등이 좀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 정도다.


교육 소외된 지방학교 찾아 더 의미

23일 같은 시간엔 2편 ‘학원가지 않는 아이들’(서울 백산초 유상용 선생님)이 방송되고, 이어 ‘태성이와 독수리 5형제’(서울 청담고·30일), ‘작은 학교의 희망 만들기’(경기 가평 마장초·2월6일), ‘신나는 영어’(인천 도화초 등·2월13일), ‘내당의 나팔꽃과 해바라기’(대구 내당초, 광명학교·2월20일), ‘직업교육’(부산 대광공고·2월27일)으로 이어진다. 김진철 기자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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