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즐기는 ‘제대로 콘서트’
‘음악여행 라라라’ ‘라이브 음악창고’
실력있는 뮤지션 출연 잔잔한 바람
실력있는 뮤지션 출연 잔잔한 바람
매주 수요일 자정이 지나면 시끄러운 잡담 가득했던 티브이가 아름다운 선율로 채워진다. 밤 12시35분 나란히 전파를 타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라이브 음악창고>(사진 오른쪽)와 문화방송의 <음악여행 라라라>(왼쪽)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다.
이 두 음악방송에는 ‘스타’들이 모여 신변잡기를 떠들어대지도 않고 떼지어 춤추며 음악에 입을 맞추는 ‘인기가수’들도 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진짜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고 흥에 겨워 어깨를 흔든다. 지난 11일치 <라이브 음악창고>에는 바비킴이 힙합그룹 부가킹즈, 12인조 브라스밴드 커먼 그라운드와 함께 나와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 같은 시간 <음악여행 라라라>는 맨발의 가수 이은미가 들려주는 신곡들로 채워졌다.
<음악여행 라라라>는 2008년 말 시작했다. 방송 초기 <라디오스타>의 네 진행자인 윤종신, 김국진, 김구라, 신정환이 돌아가며 엠시를 맡다가 가수 윤건과 모델 장윤주를 거쳐 가수 김창완이 1년 넘게 진행해오고 있다.
이 프로의 가장 큰 특징은 비공개 녹화 방송이라는 점이다. 1992년 시작한 공개 음악방송의 원조격인 문화방송 <수요예술무대> 이후 대부분의 라이브 음악프로가 청중을 모아놓고 진행되면서 ‘버라이어티 쇼’로 성격이 바뀌어가는 속에서 옛 방식으로 되돌아간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비공개 녹화 방송이다 보니 가수가 녹음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내밀한 느낌을 준다.
출연자의 폭이 넓은 것도 또다른 특징.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부터 이승환, 윤종신은 물론이고 소녀시대까지도 출연했다. 10대 위주의 댄스 음악프로그램에서 만나기 어려운 뮤지션들이 주된 출연자들이지만, 노래가 된다면 댄스그룹도 배제하지 않는,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는 무대인 셈이다.
올 5월 시작한 <라이브 음악창고>는 진행자가 없는 점이 눈에 띈다. 음악이 나오는 조촐한 창고 극장처럼 노래 부르는 이가 진행까지 떠맡는다. 출연진은 <음악여행 라라라>에 비해 더 집중적이다. 첫 회 출연자가 킹스턴 루디스카와 천변살롱, 훌이었다. 각각 스카음악(자메이카 전통음악), 만요(1930~40년대 유행한 코믹한 노래), 퓨전국악 등 접하기 어려운 뮤지션들이 주로 나온다. 새로운 출연자들을 집중 섭외하면서 때때로 이승환, 이소라 같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수들을 초대해 스페셜 무대를 꾸밈으로써 빈틈을 메운다.
시청자들은 “진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진짜 음악프로그램”이라며 반기고 있다. 시청률도 시간대를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편이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는 <라이브 음악창고>는 1%대 초반에서 시작해 1%대 중반까지 올라섰고, <음악여행 라라라>는 2%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 다른 요일 스포츠 프로그램 시청률 1% 초반대 보다 더 높은 편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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