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소풍나온날 1967년 7월 중앙정보부가 자행한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사건’은 많은 예술가들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생전에 “동백림 사건에 대한 분노를 치유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던 재독 작곡가 윤이상(1917~1995)과 재불 한국화가 고암 이응로(1905~1989) 같은 이는 끝내 타국에서 눈을 감아야 했다. 오는 2월2일부터 5일까지 의정부 예술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소풍>은 시를 사랑했던 문학청년 시절 ‘동백림 사건’에 연류돼 여섯달간 옥고를 치른 뒤 평생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어린애 같은 순진무구함을 잃지 않았던 천상병(1930∼1993) 시인의 극적인 삶과 명징한 시 시계를 들여다본다. 특히 오는 29일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귀천)고 노래했던 이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이 이 세상으로 소풍나온 날이기도 해 더욱 뜻깊다. 이 작품은 의정부 예술의전당이 이생의 마지막 순간을 의정부에서 보냈던 천상병 시인의 맑디 맑은 삶을 기리기 위해 극단 여행자와 양정웅(38·연출가) 대표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양정웅씨는 “천상병 시인의 삶은 연극하는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어떻게 그토록 치열하게 시를 쓰셨는지 그 순수한 열정을 본받고 싶다”며 “동백림 간첩사건 등 시인이 겪은 역사적 사건들보다 인간적인 삶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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