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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홀대받는 독립 다큐, 국외서 빛보네요

등록 2010-11-24 20:22

이성규 피디
이성규 피디
이성규 피디의 ‘오래된 인력거’
IDFA 장편경쟁 후보에 올라
“방송사 헐값에 저작권까지 요구
상 받아도 국내 방영 쉽잖을듯”
그는 지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다. 손에 땀을 쥐고 있을 게다. 스스로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잡것’이란 뜻의 비속어 ‘듣보잡’이라고 철저히 ‘비하’하는 그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축제에, 그것도 장편 경쟁 부문에 아시아 최초로 작품을 올렸다. 오지랖이 넓어 ‘여기저기 다 끼어든다’는 뜻의 ‘똠방’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초대 독립피디협회장을 지낸 이성규 피디(사진)다. 그는 다큐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 <오래된 인력거>로 진출했다.

“연출하고 찍은 거 아니냐고 유럽 친구들이 의심하더라니까요. 하지만 행인들이 물흘러가듯 움직이는 게 보이니까, 연출해서 엑스트라를 동원한 게 아니라는 걸 알죠. 이걸로 다큐를 찍다니 대단하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카메라가 아니라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로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 유럽 전문가들이 놀랐다는 것이다. 일반 카메라로 사람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잡아내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 “촬영감독하고 국내에서 보름 동안이나 연습을 한 덕분에 이렇게 나온 겁니다.”

힌디어를 능숙히 할 정도로 인도통인 그는 작품 활동을 하며 친구가 된 인력거꾼 샬림이 가늠하기 어려운 고통과 절망 속에 힘겹게 희망을 일궈내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장편 경쟁부문 15작품 중 5명은 다큐감독들 사이에선 정말 보기만해도 가슴 벅찰 정도인 세계적 거장들이에요. 나머지 9명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감독들이고요. 여기에 낀 저는 ‘듣보잡’이죠.” 그만큼 국제 다큐멘터리 무대에서 한국은 존재감이 없었다는 ㄷ이야기다.

명성이 자자한 국제다큐영화제에 들어간 것은 철저한 계획의 성과다. “시장을 생각하고 해외를 겨냥해 기획한 겁니다. 그래서 편집 작업 중이던 올 3월 미리 유럽에 가편집한 작품을 보냈어요. 바로 앞으로 제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담은 반응이 왔습니다.” 프랑스 다큐의 대모로 불리는 카트린느 르클레 다큐배급사 대표, 핀란드의 대표적인 다큐 프로듀서 얀네 등과 의견을 나누며 편집에 들어갔다. 그들은 한국 다큐에 대해 “너무 신파적이다, 설명을 하려 든다, 쥐어짜낸다”며 날카롭게 지적했고, 덕분에 그는 다큐 본고장 유럽의 경향을 배울 수 있었다. 100일간 찍은 다큐를 그렇게 10개월 걸려 편집을 마쳤다. 암스테르담영화제는 물론 베를린다큐영화제와 영국 셰필드다큐영화제에도 출품했는데, 가장 먼저 답이 온 암스테르담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성규 피디의 ‘오래된 인력거’
이성규 피디의 ‘오래된 인력거’
대학 졸업 뒤 우연히 춘천 한국방송에서 라디오 작가로 일하게 된 그는 지역방송사의 인력 부족 덕분에 피디·리포터·아나운서 등 방송사 일의 모든 것을 경험했고, 이런 경력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됐다. 동시에 족쇄도 됐다. 실력있는 피디가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사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고 한다. 방송사에 ‘을’ 처지인 독립 피디가 ‘배짱을 튕기니’ 그렇다. “방송사들이 제작비도 안 주고 그냥 (다큐를) 틀려고 하는게 문제입니다. 제작비가 3억5000만원 들어갔는데, 관행대로 5000만~7000만원에 저작권까지 다 가져가겠다니 말이 됩니까?”

그는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끝까지 버텼다. 대신 ‘외국’을 노리기로 했다. 지난해 암스테르담다큐영화제에서 박봉남 피디의 <아이언 크로우즈>가 중편 부문 대상을 받으면서 세계적 무명인 한국 다큐 신세를 이미 면했고, 덕분에 프랑스, 일본, 미국 등에서 투자도 들어오기 시작한 터였다.

그렇다 해도 자신의 작품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감독에겐 너무나 당연한 본능이다. 그 역시 그러고 싶다. 하지만 “방송 3사를 다 접촉했지만 헐값에 저작권까지 가져가려는 통에…” 28일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가 끝나도 국내에선 <오래된 인력거>를 보여줄 방도가 없다. 26일 만약 우리나라 다큐가 대상 수상을 받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그는 “한 방송사에서 방영권만 가져가는 조건으로 빠르면 내년 설쯤에 방영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영권료는 3000만원이다. 그래봤자 3억2000만원 적자다.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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