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문화방송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방송화면 캡처
최근 방영된 문화방송의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휴대전화 번호가 화면에 노출돼 실제 번호의 소유자인 시청자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방송에서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은 사채업자 역으로 잠시 출연해, 윤유선에게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건넸다. 촬영현장에서 아무렇게나 적어 사용했던 이 번호가 방송에서 그대로 공개됐고, 일부 시청자들이 이 번호로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생긴 것이다.
번호의 실제 주인은 정재형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엄청난 전화와 문자 때문에 휴대전화를 켤 엄두도 못 내고 일도 못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정재형은 “폐를 끼쳐서 제작진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이처럼 방송, 영화 등에서 전화번호를 노출시켜야 하는 장면이 생기면, 제작진은 고민에 빠진다.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주고받거나, <하이킥>에서처럼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장면, 전화번호가 쓰여진 주인공의 가게간판을 보여줘야 할 때, 발신번호가 표시되는 휴대전화 화면을 비추어야 할 때 등 부득이 번호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전화번호 뒷부분을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번호 일부만 보여주는 방법을 택하는 등 고육책을 쓴다.
이런 고충을 덜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 대여’란 독특한 서비스를 지난 9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영진위는 사무실이나 집 전화번호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전화번호 4개와, ‘010-3348-xxxx’ 등 휴대전화 번호 2개 등 총 6개를 확보하고 있으며, 영화제작시 전화번호 공개가 필요하다고 신청하면 전화번호를 공짜로 빌려준다. 일반 전화번호의 경우, ‘02-963-xxxx’ 등 서울 지역 전화번호 2개와, 경기 지역 전화번호 1개, 부산 지역 전화번호 1개 등 3개 권역이 우선적으로 서비스에 포함됐다.
호기심이 발동한 관객이 해당 번호로 전화해도, “이 번호는 스크린노출용 전화번호입니다…”란 성우의 녹음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 ‘스크린 노출용 전화번호 대여’는 <여고괴담4-목소리>(2005년) <그녀는 예뻤다>(2008) <마마>(2011) 등을 연출한 최익환 감독의 아이디어 제안으로 이뤄졌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산업팀 관계자는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몇팀 정도가 영화기획 단계에서 문의를 해온 정도”라며 “신청자가 많으면 대여 서비스용 전화번호를 더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담당은 영진위 국내진흥부 산업팀이 하고 있으며, 전화(02-958-7559) 혹은 팩스(02-958-7560)로 신청할 수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문화방송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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