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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잔멸치’같은 친구 있으면 완전 좋겠다~

등록 2012-01-27 15:45

심진보
심진보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9> ‘위트쟁이’ 인턴 심진보
명문대 졸업·바리스타 이색 경력
“처음엔 피디에게 많이 혼나
나만 할 수 있는 감초 역할 하고 싶어”

케이블채널 <티브이엔>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를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극 중 이야기의 배경인 디자인회사 ‘아름다운 사람들’의 윤서현 차장과 정지순 과장이 사장 유형관에게 아부 떨 때 연달아 하는 말. “센스쟁이”(윤서현), “재치쟁이”(정지순). 지난 13일 끝난 시즌9에서는 “위트쟁이”가 추가됐다. 양팔을 얼굴 옆에 붙이고 빠르게 흔들며 내뱉는다.

이 위트쟁이를 담당한 탤런트가 바로 심진보(36·사진). 시즌9에서 인턴 심진보로 새롭게 등장했다. 너무 말라서 극 중 별명이 ‘잔멸치’인 인턴 심진보는 정지순 과장에게 매일 구박받지만, 정지순 과장이 갈 곳이 없어 추운 사무실에서 잠을 잘 때 난로를 가져다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다. 말라서 살 찌우려고 매일 아침 먹는 빵을 이영애(김현숙)에게 양보하는 등 남을 먼저 생각하고, 여자 선배인 변지원(임서연)과 이영애와 말도 잘 통할 정도로 수다스러워 여성시청자들이 “저런 친구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호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심진보는 “처음에는 피디님께 혼도 많이 났다”며 “이제야 연기가 뭔지 조금 알 것 같은데 드라마가 끝나서 너무 아쉽다”며 웃었다.

여기서 잠깐, 그를 만난 커피전문점을 둘러보자. 오후 1시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찾아갔더니 심진보는 커피전문점의 ‘관계자’ 방에서 나왔다. “제가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거든요(웃음). 한 6~7년 됐어요. 아르바이트로 들어와서 이젠 정직원이 됐어요. <막돼먹은 영애씨> 촬영할 때도 월요일에는 촬영, 다른 날에는 바리스타로 일했어요.” 바리스타로 일한 계기? “배우가 되려고 준비하는 동안 불안정한 생활 때문에 시작했죠(웃음).”


심진보
심진보
그는 2009년 데뷔작인 <베스트극장>(문화방송)에서 단역으로 나온 것을 제외하면 <막돼먹은 영애씨>가 첫 출연이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그의 불안정한 나날을 깨부수기 시작한 작품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료로 밀린 공과금을 갚아서”가 아니라 심진보를 그 자체로 하나의 감초 캐릭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수다스럽다고 해서 너무 여성스럽다기보다는 “그치 그치?”하며 옆에서 맞장구를 쳐줄 수 있는 편한 친구. 임현식 등 감초 역할을 하는 중견 배우는 많지만 젊은 배우 중에는 드물다. <막돼먹은 영애씨> 노지혜 조연출은 “오디션을 봤는데 수다 캐릭터나 편안한 느낌 등 우리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100%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처음 만났는데 수다가 끊이지 않고, 오래 본 사람처럼 편안 느낌이 극중 심진보와 닮은 듯했다. 그리고 기자의 팔뚝보다 얇은 다리. “극 중에서 진보가 자주 하는 “완전”은 실제로도 제가 많이 쓰는 말이에요. 말하는 거 좋아하는 등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다른 점도 있어요. 극 중 진보는 소심한데 전 털털하고 술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요. 문자로 하트 펑펑 날리고. 시즌9 처음에도 다른 분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너무 다가가는 등 오버했더니(웃음)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마른 거요? 어렸을 때부터 보약도 많이 먹었는데 안 쪄요. 집안이 다 말랐어요(웃음). 지하철 타면 여고생이 저를 보는 시선을 느껴요. ‘저건 뭘까’하는.하하하.” 48㎏인 그가 가장 많이 쪘을 때가 군대 갔을 때인 58㎏이라고 한다.

그가 바리스타인 것만큼이나 색다른 사실 하나. 심진보는 2002년 연세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배우가 되려고 다시 서울예술대학을 들어갔다. 부모 말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심진보는 과학자를 꿈꾸다가 고3때 교회에서 1인극을 한 뒤 배우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직에 있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대학을 졸업해도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공부를 하더라도 내가 할 일은 결국 연기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부모가 원하는 대학에 갔어요.”

연대를 졸업할 즈음부터 부모 몰래 병원 업무과에서 일하고, 행정연구원, 학원상담교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프로필 사진을 찍어 에이전시에 돌리는 등 혼자 배우가 되는 준비를 하다가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서울예대에서 배우들을 많이 배출하니까 저도 배우의 끼가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어요. 서울예대를 붙고 나서 부모님이 결국 배우가 되려는 제 꿈을 이해해주셨어요. 지금은 아주 좋아하세요.” 매니지먼트에서 사기를 당하는 등 험난한 일 투성이었지만 그는 배우를 꿈꿀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에이전시에 아는 분이 정보를 알려주셔서 혼자 가서 오디션을 봤어요. 정말 꿈만 같았어요.”

심진보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끝나고 연대 동기들에게 그동안 못한 ‘한턱’을 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친구들이 나중에 잘 되면 갚으라고 늘 제게 도움만 줬는데, 보답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나 <막돼먹은 영애씨>가 끝나고 오히려 고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이제부턴 뭘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많아요. 뭐가 배우로서 성공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연기를 하게 되면 그게 성공인 것 같아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어요. 심진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감초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0에도 출연하는 것(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심진보의 팬으로 보이는 여고생 몇명이 테이블에 앉아 그를 훔쳐보고 좋아하고 있었다. 커피전문점에 그를 보러 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심진보가 일하는 커피전문점이 <막돼먹은 영애씨> 팬들의 ‘성지’(팬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즐겨찾는 곳을 일컫는 말)가 된 것이다. 커피전문점 문 앞에까지 나와 기자를 배웅하던 그는 이가 훤히 보일 정도로 크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어 더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해요. <막돼먹은 영애씨>를 한 5개월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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