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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얼어죽은 새끼 품던 황제펭귄…가장 가슴 아팠죠”

등록 2012-01-30 17:26수정 2012-01-30 18:59

<남극의 눈물>에서 황제펭귄이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 <문화방송> 제공
<남극의 눈물>에서 황제펭귄이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 <문화방송> 제공
MBC ‘남극의 눈물’ 김재영·김진만 피디
‘남극 규칙’에 촬영 애먹어…펭귄탈 쓰고 펭귄 흉내도
25억 들여 2년간 작업…“한국사회, 펭귄에게 배워야”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김진만)

“화제의 장면들요? 얻어 걸린 거예요. 하하.”(김재영)

프랑스,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황제 펭귄의 번식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등 남극 동물을 조명해 화제를 모은 6부작 다큐 <남극의 눈물>(문화방송·금 밤 11시5분)을 만든 김진만·김재영 피디는 프로그램의 성공과 관련해 겸손해 했다. 황제펭귄이 넘어지는 장면, 혹등고래의 구슬픈 노래 장면 등 화제를 모았던 부분을 이야기하면 “운이 좋았다”(김재영)고 했다. “펭귄은 잘 안 넘어지는데 마침 우리 앞에서 넘어졌으니 천운이죠.”(김진만)

제작진은 영하 60도 혹한에서 남극 생태계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송인혁 촬영감독이 동상에 걸리는 등 갖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남극의 눈물> 1~5부는 다큐로는 굉장히 높은 성적인 시청률 12~14%(에이지비닐슨)를 기록했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에서 다음달 3일 방영할 6부 ‘에필로그’ 편을 편집 중이던 두 사람을 만나 제작 뒷얘기를 들었다.

■ “펭귄 탁아소 봤나요” 김진만 피디는 “동물 다큐여서 지루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눈물> <북극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에 이어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마지막인 <남극의 눈물>은 다른 시리즈와 달리 동물이 주인공이다. 남극의 주인은 거기 사는 동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부 황제펭귄, 3부와 4부에서는 혹등고래, 킹펭귄, 마카로니펭귄, 코끼리해표 등을 조명했다. 특히 황제펭귄의 자식사랑을 들여다본 2부가 화제였다. 너무 추워 얼어 죽은 새끼를 며칠 동안 품고 있던 아빠 펭귄, 새끼를 잃고 남의 새끼를 빼앗으려던 펭귄의 모습은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얼어 죽은 새끼를 다음날까지 품고 있던 모습이 가장 가슴 아팠어요. 얼어가는 새끼를 숙소에 데려가 따뜻하게 해주면 살아날 것 같았는데, 펭귄을 건드리는 것이 금지라서 못했어요. 다음날 갔더니 새끼가 죽었더라고요.”(김진만)

엄마와 아빠가 먹이를 찾으러 떠나면 새끼들을 한 곳에 모아 일부 어른 펭귄들이 돌보는 탁아소형 공동육아는 관련 논문에서도 보지 못했던 신선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눈보라가 치면 몸을 밀착한 뒤, 안쪽 펭귄과 바깥쪽 펭귄이 유기체처럼 한몸이 되어 장소를 이동하는 모습(허들링)은 이기적인 인간사회가 배워야 할 장면이죠.”(김재영)

두 피디는 수많은 펭귄들 중에서 한두 마리를 집중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혹등고래가 바다 속을 유영하다 물을 가르고 허공으로 튀어올라 다시 바다로 들어가는 연속 장면을 촬영한 것은 세계 어느 다큐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자랑했다.

남극에 사는 새 자이언트패트롤이 킹펭귄의 새끼를 공격하는 장면은 6일을 기다린 끝에 촬영에 성공했다고 한다. 김재영 피디는 “자이언트패트롤이 새끼를 공격하면 다른 어른 펭귄들이 둘러싸고 지켜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 펭귄 탈 쓰고 펭귄 흉내 무엇보다 펭귄을 가까이서 촬영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남극의 규칙입니다. 펭귄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것은 괜찮지만, 우리가 펭귄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거리는 제한되어 있어요. 펭귄마다 가까이 갈 수 있는 거리는 다른데, 황제펭귄은 알을 품고 있으면 70m, 알이 부화되고 나면 30m, 새끼가 크면 15m로 정해져 있어요. 좀 더 좋은 장면을 가까이에서 찍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죠. 알이든 펭귄이든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관리자들한테 쫓겨나니까.”(김진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동물들이 촬영을 방해해도 어쩔 수가 없다. “4시간 넘게 펭귄 알이 부화하는 걸 찍으려 기다렸는데, 결정적인 순간 다른 펭귄이 카메라 앞을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지죠.”(김진만) 움직이는 펭귄이 방해꾼이 되는 걸 막으려고 제작진이 생각한 방법은 제작진이 펭귄이 되는 것. “펭귄모자 쓰고 펭귄 키에 맞춰 앉아 오리걸음으로 걸어가면 펭귄들이 따라와요. 하하.”(김진만)

200여년 전 남극 청정지대를 발견한 인간들이 가죽 등을 얻으려고 고래를 죽인 것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남극을 관광지로 이용하려고 호텔 건설을 추진하는 등 인간 편의를 위해 동물과 인간의 터전인 자연을 파괴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4부에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인간도 다른 생명들처럼 여기에 한순간 잠시 살다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내레이션이 있어요. 그게 정답이에요. 우리도 잠시 살다가는 존재일 뿐인데 왜 우리 것이 아닌 것을 우리가 흔들려고 하는지.”(김진만)

<남극의 눈물>은 25억원을 들여 2년 동안 제작했다. 두 피디가 각자 작업해 서로 남극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김진만 피디는 2010년 5월부터 세 차례 남극을 오가며 기지 사람들과 아델리펭귄 등을 찍었고, 2011년 3~11월 300일간 남극에 머물며 황제펭귄을 촬영했다. 김재영 피디는 2010년 5월부터 2011년 3월까지 킹펭귄 등 나머지 펭귄과 수중동물을 촬영했다. 김진만 피디는 남극의 눈폭풍 ‘블리저드’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해 2주일 더 남극에 갇혀 있었다. “방송이 12월이라 편집을 해야해서 조초했죠. 비행기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니까요.”

<남극의 눈물>로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끝난다. 문화방송은 내년에는 극한 환경 속 생명의 이야기인 ‘생존’ 시리즈 다큐를 내보낸다. 두 피디에게 내년에도 참여할 것이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재미있다. “한국에도 눈물 많은데요 뭐.”(김진만) “전 도시가 그렇게 궁금하더라고요.”(김재영)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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