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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혼혈은 축복”

등록 2005-07-26 17:52수정 2005-07-26 20:41

대니얼 “혼혈은 축복”
대니얼 “혼혈은 축복”
‘내 이름은 김삼순’ 인기남, 수십년 ‘편견’을 깨다
까만 피부, 곱슬머리, 느슨한 힙합바지가 어울리는 몸매. “우리나라 사람들 촌스러워요. 피부색깔 조금 다르다고 얼~마나 쳐다보는데요~.” 제영(18·가명)이의 시원한 답변에 ‘우리나라 참 혼혈에 민감하죠’라며 어렵사리 꺼낸 질문이 머쓱해졌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끊임없이 날리는 제영이는 “대니얼 헤니 언제 와요? 정말 잘생겼죠?”라며 까르르 웃어대는 ‘우리나라’ 10대 소녀다.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는 혼혈아동 지원단체인 펄벅재단 주최로 ‘혼혈아동 희망 나누기 여름캠프’가 열렸다. 17년째 매년 문을 연 여름캠프는 ‘하나의 피’만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의 가시돋친 빗장에 상처받은 혼혈아 80여명이 닫힌 마음을 여는 놀이터였다. 요즘은 주한미군을 아버지로 둔 혼혈아보다 동남아시아계 ‘코시안’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꺄악~.”

매년 혼혈인 가수 인순이씨가 찾던 여름캠프에 올해는 또 한 명의 특별 손님이 찾았다. 최근 끝난 텔레비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무섭게’ 인기가 오른 대니얼 헤니(26)가 이날 행사장에 들어서자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가 일제히 터졌다.

영국, 아일랜드, 그리고 한국. 세 나라의 피가 흐르는 그는 “여러분의 모습에서 저를 발견했죠. 여러분들은 또다른 나입니다”라며, 트레이드마크가 된 ‘윗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짓는 절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한 번 ‘꺄악~’ 소리가 터졌다.

대니얼의 어머니는 두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지금은 세계적인 모델이자 ‘잘나가는’ 연예인이지만 그 역시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입양과 혼혈이라는 두 겹의 족쇄는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11살 때 백인 아이들로부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왼손가락 5개가 모두 부러지도록 맞았죠. 하지만 ‘너희는 참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저의 한마디에 그 뒤로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더라고요.”

비슷한 기억과 감정은 쉽게 감염되고 공유되는 탓일까? 찧고 까불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웃음이 그치지 않던 제영이도 만지기 무섭게 가슴을 찌르는 생채기가 다시 돋아난 듯했다. “어렸을 때는 집에 갇혀 지내야 했어요.” 혹시나 ‘흑인’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해코지를 할까봐 엄마는 두려웠다고 한다. 엄마는 지금도 아빠가 누구인지 제영이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제영이는 “영어가 짧아 어렸을 때 전화로 아빠와 주고받은 말은 ‘아이 미스 유’(아빠 그리워요)뿐”이라고 말했다. 민영(18·가명)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단일민족이란 말이 가장 싫었다”며 갑자기 터진 울음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중학교 때는 전교생이 저를 보려고 몰려오곤 했지만 지금은 다 친구가 됐어요. 인기도 많아요.” 금세 웃음을 되찾은 제영이와 친구들은 대니얼의 손을 잡기 위해 우르르 몰려갔다. 캠프 진행을 맡은 사회복지사 오현진씨는 “으레 혼혈 아이들이 놀림을 당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또다른 편견”이라며 새삼 굳은 머리를 일깨워 줬다.

아이들을 한명 한명 가슴에 안아준 대니얼은 “혼혈을 축복으로 생각하라”는 충고를 던졌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혼혈이기 때문에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목표를 세우면 힘들었던 경험들이 모두 꿈으로 녹아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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