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희(23)
‘기황후’ 6부에 타나실리 첫 등장
“탐욕 끝없는 원나라 명문가의 딸
캐릭터 욕심나 과감히 악역 도전
하고싶은 것 다 하는 희열도 느껴”
“탐욕 끝없는 원나라 명문가의 딸
캐릭터 욕심나 과감히 악역 도전
하고싶은 것 다 하는 희열도 느껴”
참 바쁘다. 조선시대 의적 이혜령(<전우치>), 부잣집 며느리 정몽현(<금 나와라 뚝딱>)이었다가 이제 원나라 황후 타나실리(<기황후>)다. 혜령과 몽현은 그나마 착했지만, 타나실리는 독한 캐릭터다. 백진희(23·사진)의 2013년은 그렇게 촬영장에서 선과 악을 오가며 채워지고 있다. 1년 내내 숨가쁜 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백진희를 최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원래 <금 나와라 뚝딱> 끝나고 유럽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캐스팅 제의가 왔어요. 일을 안 하면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바로 선택했죠. 현장이 즐거우면 여행하거나 쉬는 것보다 즐겁더라고요. 덕분에 함께 여행 가기로 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질 뻔했지만요.”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 하지만 야무지고 자신감이 넘친다. 타나실리는 2008년 영화 <사람을 찾습니다>로 배우로 입문한 뒤 5년 만에 처음 맡는 악역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상대에게 한 번 찔리면, 두세 번 찔러야 직성이 풀리는, 질투도 엄청나고 탐욕도 끝이 없다.” 모든 것을 참고 인내했던 몽현과는 정반대 캐릭터다. 때문에 “원나라 최고 명문가의 딸로, 하고 싶은 것 다 하는 데 따르는 희열도 있다”고 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때부터 순한 이미지만 있어서 언젠가는 악한 역에 도전해 봐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빠르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하지만 욕심나는 캐릭터였죠. <금 나와라 뚝딱> 때와 달리 목소리 톤도 바꿔보고 그러는데, 내 안에 뭐가 있는지 나도 궁금해요. 허점만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캐릭터로만 치면 1년도 채 안 된 사이에 신분 상승을 이뤘다. <전우치> 때는 허름한 무명옷에 짚신을 신고 험한 산을 누볐지만, <기황후>에서는 비단옷을 입고 황금관을 쓴 채 구중궁궐을 누빈다. 그러나 몸은 그다지 편치 않다. “<전우치> 때와는 의상과 머리 모양 등이 모두 달라서 다른 매력이 있는 듯해요. 하지만 옷을 여섯 겹이나 입어서 한 번 촬영에 들어가면 입고 벗는 데 불편해서 화장실을 거의 안 가려고 해요. 그래서 촬영 중에는 물도 잘 마시지 않지요. 황금관이 너무 무거워서 촬영 다음날이면 어깨도 너무 아프고, 귀걸이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해요.”
그는 <기황후> 촬영장에서 막내다. 정략결혼한 ‘타환’ 지창욱(26)과는 3살 차이, 주진모(39)·하지원(35)·김서형(40)·이원종(47)·김정현(37) 등 쟁쟁한 선배들과는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난다. 게다가 ‘왕고’ 역의 이재용(50)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른 드라마에서 만난 적이 없다. 여러모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중국에서 2주간 촬영할 때도 정현 선배님이 ‘예쁜 타나’라고 불러주면서 많이 챙겨줬고, 진모 오빠도 상당히 재밌어요. 일정이 빡빡해서 밤을 여러 번 새웠는데도 즐겁게 찍은 것 같아요.”
<기황후>는 역사 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호의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실존 인물인 기황후에 대해 드라마가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지적이 많다. 백진희도 이런 부분을 잘 인지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이 없어서 이 드라마를 택했다는 시선이 속상하기는 해요. 순전히 드라마니까 역사와의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금 나와라 뚝딱>을 촬영하면서 4㎏이나 빠져 현재 몸무게는 40㎏도 안 된다. 50부작이 끝난 뒤 곧바로 50부작 사극에 출연하는데 몸이 괜찮은 걸까. “초등학교 때 코피 한 번 쏟은 다음 한약을 먹었는데 그때 이후로는 아주 건강해요. 데뷔하고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강철 체력이지요. 지금은 홍삼을 챙겨 먹고 있어요.”
<금 나와라 뚝딱>의 몽현이에게 스스로 주는 연기 점수는 80점이다. “감정 표현이 아쉽기 때문”이다. <전우치>의 혜령까지 가면 “50~60점” 정도밖에 안 나온다. 2013년 마지막을 장식할 <기황후>의 타나실리로 변신하는 백진희는 어떨까. 해맑은 얼굴로 표독스러운 대사를 내뿜는 타나실리는 6부(12일)부터 볼 수 있다.
글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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