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 앞에서 수신료 인상 추진 포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한국방송에 필요한 것은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국민의 편에 서서 공영방송의 역할에 어떻게 충실할 것인지 성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야당 추천 이사들 불참
방통위·국회 의결 남아
민주 의원들 “국민 분노”
방통위·국회 의결 남아
민주 의원들 “국민 분노”
<한국방송>(KBS) 여당 추천 이사들이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 처리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10일 임시이사회에서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가결했다. 그동안 수신료 인상 추진에 대해 시민사회로부터 반발이 일었으나, 이길영 한국방송 이사장 등 여당 추천 이사 7명은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이렇게 표결했다. 수신료 인상안은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의결을 거쳐 국회로 보내진다. 방통위는 이날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내놓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서 ‘수신료 현실화’를 정책 과제로 명시해, 공은 조만간 국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7월에 수신료를 월 4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상정한 뒤 공청회 개최 등 여론 수렴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이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상안을 단독 상정해 비판을 받았다. 야당 추천 이사들과 한국방송 노조 등은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의 제도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사회의 한국방송 사장 임명제청 기준을 현재처럼 과반이 아닌 3분의 2 찬성으로 하는 특별다수제, 보도국장을 비롯한 8개 국장의 직선제 도입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신료 인상 폭이 애초 2300원에서 1500원으로 준 것은 이사회가 한국방송 안팎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 추천의 한진만 이사는 이날 의결 뒤 “(야당 추천) 소수 이사들과 계속 접촉해 왔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건을 상정한 지 5개월이나 됐는데 예산 심의 등 다른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신료가 1500원 인상되면 한국방송의 연간 수신료 수입은 5851억원(2012년)에서 9760억원으로 늘어난다. 한국방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전체 재원 가운데 수신료 비중이 현재 37%에서 53%로 증가해 절반을 넘어섬에 따라 공영방송의 정체성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은 광고 수입은 2100억원이 줄어 전체 수입에서 비중이 40%에서 22%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단독 처리한 인상안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시 논란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2011년 여야 추천 이사들의 합의에 따라 수신료를 월 3500원으로 올리는 안을 가결했으나, 한국방송 기자가 이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인상이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방송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안 가결 뒤 낸 성명에서 “국민의 공감 없는 수신료 인상의 결말은 국민의 대대적 저항과 분노뿐”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방정배 방송독립포럼 공동대표는 “공적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에 수신료를 낼 수 없다는 국민들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공정성과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등이 보장되기 전에는 인상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여당 이사들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청와대의 암묵적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수신료 납부 거부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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