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브·룸바…춤이라면 뭐든지” 박해미
“자이브·룸바…춤이라면 뭐든지”
‘맘마미아’ 성공 힘입어 20년만에 티브이 도전
자이브, 룸바, 차차차, 지르박, 탱고, 살사…. 춤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화려한 조명 아래 열정적으로 몸을 흔드는 솜씨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방송 시작 전부터 ‘친딸이 며느리가 된다’며 논란이 불붙고 있는 에스비에스 주말극 〈하늘이시여〉(임성한 극본, 이영희 연출)에서 주인공 자경의 계모역인 박해미(41)씨. 허영기 많고 사치스러운 성격에, 친아들은 애지중지하지만 자경에겐 모질기 그지없다. 거기에 춤바람이 겹쳤다. 이렇게 보면, 쉽지 않은 연기다. 그래서 박씨가 캐스팅됐구나 싶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도나’로 무대 인생의 전환을 성취한 그다. 이화여대 성악과 재학 중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출연하며 일찌감치 데뷔했으나 뒤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맘마미아〉로 다시 우뚝 섰다. 그리고 연기 생활 20년 만에 티브이 드라마에 도전하게 됐다.
“30대 초반까지도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왔었죠. 그런데 그 시절 일부 몰지각한 피디들이 있었어요. 배우를 배우로 안 보고 여성으로만 바라보니 문제였죠. 그래서 나이 들면 드마라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아부하고 치졸하게 구는 것 딱 질색이거든요.”
드라마 출연을 준비하며 스포츠 댄스를 한달 남짓 배웠다. 강사한테 스포츠 댄스 선수를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의를 받을 만큼, 열의를 다했고 끼가 흘러넘쳤다. “춤추느라 2㎏ 빠졌어요. 발레, 재즈 댄스 등 조금씩 접해봤지만, 스포츠 댄스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런데 아마 이번 드라마 시작하면, 스포츠 댄스 붐이 일걸요? 확신해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강단이 느껴진다. 그러나 첫 티브이 드라마 데뷔가 쉬울 리는 없다. 뮤지컬로 성공한 뒤라 부담감이 작지 않다. “뮤지컬과 드라마의 차이를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차이가 있다면 연극은 함께 연습을 계속 해나가면서 호흡을 맞춰나간다는 거죠. 여러 회 공연하다 보면 분명히 실수를 할 수 있고 그걸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는데, 드라마는 한번 찍으면 끝이잖아요. 스튜디오 촬영 때는 특히 뭔가 억눌리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무대에 익숙해진 연기를 스튜디오에서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부드럽게 가고 싶은데, 무대에서 하던 버릇대로 에너지가 조금 세게 나오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의 말대로 “승부근성이 스물스물댄다”는 모습이 여실하다. “덤벼들고 싶다”는 표현이 적확하다. 그런데 “덤벼들고 있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서, 몸이 모자라 보인다.
지난 2월엔 자전 에세이 〈맘마미아, 도나의 노래〉를 펴내,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담담히 정리해 냈다. 이어 폐경기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뮤지컬 〈메노포즈〉의 지방공연을 이어나갔고, 경기대에서 겸임교수로 강의까지 하고 있다. 다음달엔 뮤지컬 〈카르멘〉에 출연할 계획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얘기하는 토크쇼 엠시를 해보고 싶은 것이 꿈이다. “2~3년 뒤에는 아마도 하고 있지 않겠어요?” 호탕한 웃음에 자신감이 넘쳤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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