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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7 18:03 수정 : 2005.01.27 18:03



가족 이야기 가볍게 가볍게

올해도 설날 특집드라마의 큰 주제는 ‘가족’이다. 동시에 임신한 모녀, 홀엄마의 연하애인과 어른스런 딸, 아들을 살리려고 죽음을 방치한 아버지의 이야기 등 각양각색의 가족 이야기가 안방을 찾는다. 지겨우리만치 넘쳐나던 연애담 위주의 트랜디 드라마에 물린 이들에겐 반가운 시간이 되겠다.

에스비에스가 마련한 <엄마의 전성시대>(2월8일 오전 10시30분·사진)는 늦둥이를 임신한 50대와 계획에 없는 아이가 생긴 20대 직업여성 모녀를 통해 ‘출산과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를 짚어보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밝고 쾌활하면서도 순진한 홀어미 정순희(고두심)는 50대 초반에 홀아비와 만나 꽃집을 하며 나름대로 소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어렵게 키운 딸 윤소영(이태란)은 사회적 성공에 집착해 아이 없이 살기를 바라는 이른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족이다. 그런데 어느날 두 모녀는 예상치 못한 아이를 덜컥 임신한다. 거꾸로 된 것이, 늦둥이에 한없이 기뻐하는 순희와 달리 소영은 성공의 걸림돌이 될 임신에 크게 흔들린다.

저출산·한부모가정·가족애 등 짚어

한국방송은 한부모가정과 재혼을 소재로 한 <새 아빠는 스물 아홉>(2월10일 오전 10시40분·사진)을 준비했다. 스토리는 코믹하고 가볍게 전개되지만, 주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철딱서니 없는 엄마 고은희(옥소리)와 거꾸로 엄마 노릇하는 딸 송다인(박신혜)에게 어느 날 자신의 수학선생이자 엄마의 연하애인인 이민수(안재환)가 끼어들면서 생겨나는 일들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민수는 다인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고, 다인은 힘겨운 과정을 거쳐 새아빠를 받아들인다.

문화방송 <해후>(2월11일 방송 예정)는 이현세의 만화를 각색한 것으로, 심장이식을 받아야 할 아들을 위해 뇌사에 빠진 환자를 숨지게 한 아버지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그렇게 살아난 오혜성(강경준)은 자신이 심장을 이식받은 뇌사자 최두창의 딸 엄지(이보영)를 만나게 되고, 아버지의 원죄와 사랑 앞에서 갈등한다. 복수를 뛰어넘는 두 젊은이의 처절한 사랑은 화해로 귀결된다.

문제 뿌리 살피는 깊은 성찰 아쉬워


세 드라마 모두 설 특집극 답게 ‘가족’안에서 머물고 있다. <엄마의 전성시대>의 경우, 여성의 특권이기도 한 출산 없이는 사회의 영속성마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저출산을 둘러싼 더 뿌리깊은 사회적 요인까지 짚어낼지는 미지수다. 기혼 직업여성들이 사회생활과 출산·육아를 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출산의 아름다움과 모성애의 소중함’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새 아빠는 스물 아홉>은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지만, 빈번히 사용된 소재의 재등장은 진부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새아빠의 지나친 희화화가 재혼가정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새 가정 형성의 모습이 심도있게 그려질지 주목된다. <해후>는 만화의 드라마화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가지만, 원작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지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세 만화가 항상 지적받아온 ‘마초 캐릭터’와 ‘구원의 대상이기만한 여성’은 문제이지만,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버지의 심장으로 살아난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엄지의 심리 묘사가 얼마나 치밀하게 그려지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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