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대기업 틈바구니 중소기업 생존기…꿈과 열정을 쏘다

등록 2015-11-13 20:01수정 2015-11-15 11:26

일본 드라마 <변두리 로켓>
일본 드라마 <변두리 로켓>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변두리 로켓>
2년 전, 꿈의 시청률이라는 40%를 넘어서며 일본 사회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신화가 재현될 조짐이 보인다. 원작자인 이케이도 준, 각본가 야쓰 히로유키, 연출 후쿠자와 가쓰오 등 같은 제작진이 다시 뭉쳐 내놓은 티비에스(TBS) 드라마 <변두리 로켓>이 그 돌풍의 주인공이다. 제작진이 보증하는 완성도에 일본 최고의 배우 아베 히로시가 주연으로 가세해 방영 3회 만에 20%의 시청률에 육박하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변두리 로켓>은 이를테면 <한자와 나오키>의 ‘꿈과 열정’ 판이다. <한자와 나오키>가 금융권의 부조리를 파헤치며 승승장구하는 주인공의 복수극을 통해 버블경제 붕괴 후유증으로 신음하던 일본 사회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면, <변두리 로켓>은 후유증 끝에 상실한 대중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또다른 모습의 판타지 드라마다. 냉정하고 속시원한 복수극은 없지만, 대신 우직한 열정과 감동의 휴먼드라마가 <변두리 로켓>에는 있다.

주인공 쓰쿠다 고헤이(아베 히로시)는 가슴에 우주를 품고 사는 중년 사내다. 대학 시절부터 언젠가 자신이 설계한 로켓을 우주에 날리고 싶다는 거대한 꿈을 품었던 그는 마침내 일본 우주과학개발 기구 연구원이 되어 모든 노력과 열정을 투자한 로켓 ‘세이렌’을 쏘아 올리지만 궤도 이탈로 끝내 실패하고 만다.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아버지의 제조회사 쓰쿠다 제작소를 운영하게 된 그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기술 개발만이 희망이라는 신념을 고수하며 ‘연구개발형 회사’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은 쓰쿠다 제작소에 도산 위기가 찾아오면서부터다. 제작소가 마케팅보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못마땅해하던 주거래은행은 대출을 거절하고, 제작소의 탄탄한 기술력을 탐낸 대기업은 허약한 재정상태의 약점을 공격하여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려는 음모를 세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적인 공업회사 데이코쿠 중공업이 막강한 자금력과 인력을 동원해 ‘일본 최초의 국산 로켓 개발’이라는 쓰쿠다의 오랜 꿈과 경쟁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변두리 로켓>의 최대 매력은 온갖 시련과 위기를 꿈과 열정으로 극복해내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슬램덩크>식 소년만화의 감동을 이케이도 준의 장기인 치밀한 기업드라마 플롯으로 풀어낸 데 있다. “아저씨가 꿈을 꾸는 게 뭐가 어때서”라는 말이나 “당신은 꿈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어요”와 같은 천진한 대사도, 금융권이 제조업을 무시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짓밟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해부와 인식 위에서 강렬한 생기를 얻는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기업 간의 대결이라는 굵직한 서사 사이사이에 미세하게 살아 숨쉬는 직장인들의 애환도 드라마에 풍부한 결을 보탠다. 커다란 눈망울 안에 원대한 우주와 중년 사내의 일상적 고뇌를 함께 품은 아베 히로시의 연기도 명불허전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최고의 일본 드라마는 이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티브이 칼럼니스트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1.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시그널’ 10년 만에 돌아온다…내년 시즌2 방송 2.

‘시그널’ 10년 만에 돌아온다…내년 시즌2 방송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3.

괴물이 되어서야 묻는다,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수는 없냐고

민주주의 ‘덕질’하는 청년 여성, 이토록 다정한 저항 [.txt] 4.

민주주의 ‘덕질’하는 청년 여성, 이토록 다정한 저항 [.txt]

스승 잘 만난 제자, 제자 덕 보는 스승…손민수·임윤찬 7월 한무대 5.

스승 잘 만난 제자, 제자 덕 보는 스승…손민수·임윤찬 7월 한무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