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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반지의 제왕’ 닮은 텔레비전용 작은 판타지

등록 2016-01-29 20:14수정 2016-02-01 08:24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샨나라 연대기>
이것은 “누군가에겐 고작 전래동화로나 들릴지 모르”는 판타지 드라마다. 그런데 극 중에서 이 같은 대사를 직접 말하는 이가 다름 아닌 엘프 종족의 왕이라는 점은 꽤 재밌는 설정이다. 이 대사는, 핵폭발 이후 인류 문명이 멸망한 지구라는 에스에프(SF)적 배경과 악마와의 전쟁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이 흥미롭게 뒤섞인 <샨나라 연대기>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엘프들은 대대로 구전해 내려오는 조상들과 악마의 대전투 이야기가 그저 전설일 뿐이라 생각하고 마법의 존재조차 믿지 않는다.

주인공이자 엘프 왕국 아볼론의 공주인 앰벌리 엘레세딜(포피 드레이턴)이 수호단에 들어가기 위해 건틀렛이라는 전통의 경주에 참가하는 도입부도 이 작품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준다. 여성은 건틀렛에 참여할 수 없다는 수천년의 금기를 깨고 신성한 나무 엘크리스 수호단의 첫 여성 일원이 된 앰벌리의 이야기는 남성 중심의 역사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 성장기와도 같다. 또 다른 주인공 윌 옴스퍼드(오스틴 버틀러)의 성장기 역시 흥미롭다. 한없이 미숙하고 어설퍼 보이는 그가 모험과 위기를 거치며 자신의 고귀한 혈통과 잠재력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영웅 성장 서사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과거 모험의 시대가 끝난 뒤 가난한 술주정뱅이로 숨진 전직 영웅 아버지의 쓸쓸한 최후는 영웅신화의 해체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샨나라 연대기>는 중세시대 복장과 스팀펑크풍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등장인물들의 의상처럼 고전적인 판타지와 포스트모던한 세계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매력적인 드라마다.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과 같은 대서사 판타지와 비교하면 스케일은 작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신세대 영웅들의 모험 성장 서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 순도 높은 쾌감을 전달한다. 방영 채널인 <엠티브이>(MTV)의 정체성과도 잘 들어맞는 작품인 셈이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테리 브룩스의 판타지 베스트셀러 <샨나라>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오래전부터 영상화된다는 소식만 전해지다가 지난해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공개한 예고편을 통해 일약 2016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급부상했다. 파일럿 방영 이후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원작자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만큼 플롯은 탄탄하고 엠티브이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여 영상의 완성도도 높다.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도 유명한 뉴질랜드의 풍광은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에 참여한 배우들의 낯익은 얼굴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내에서는 현재 액션 어드벤처 채널 <에이엑스엔>(AXN)에서 미국 방송 직후 약 8시간 만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시청할 수 있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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