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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09 18:55 수정 : 2016.08.10 09:54

[짬] 네번째 산문집 낸 방송인 김창완
라디오 아침 프로 진행 16년째
‘일상 성찰’ 담아 직접 쓴 오프닝 멘트
“예전엔 4분전 작성…후각 무뎌져”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용기’
“좌절·원망 불구 한발 내디뎌야”
공연·연기·사회…나이 잊고 왕성

8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한 카페에서 만난 김창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가수 겸 배우 김창완(62)은 라디오 프로그램 디제이이기도 하다. 그는 <에스비에스> 에프엠 라디오 아침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16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 기간 그가 직접 써온 오프닝 멘트가 모여 책이 됐다. <안녕, 나의 모든 하루>(박하). 그의 네번째 책이다. 8일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시간가량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 담긴 게 뭐냐고 묻는다면 용기라고 하고 싶어요. 스스로 자기 안에서 타는 생명의 불길, 그 온도를 느끼고 그 불길에서 생겨나는 의욕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인터뷰 동안 그가 지은 문장의 세부에 집착했던 기자에게 그는 ‘진짜는 그게 아니라는 듯’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도 깊은 좌절에 빠진 적이 있고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은 한 발을 내딛는 것밖에 없어요.”

그는 “오늘은 내일의 담보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그가 말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생계를 위해 알바를 두세개 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가져라’,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는 말이 얼마나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심리적 은퇴를 한 청년들이 너무 많아요. 청춘의 속성은 불만입니다. 불만이 세상을 바꾸는 역동성이죠. 세상의 모든 청춘은 ‘제임스 딘’(1931~55·반항의 아이콘)입니다. 닥친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서라도 본인의 용기가 제일 필요합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직후 한동안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음악이 나가는 사이사이 ‘엉엉’ 울었다고 했다. 그때 추모곡 ‘노란 리본’도 내놓았다. 이번 책의 마지막 글도 세월호 이후 심경을 담았다. ‘그날 이후 어린이날이 마냥 해사하지 않아, 어린이날에게 미안하다’고 썼다.

-그날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죠. 2년이 지난 지금,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나요? “세월호는 누굴 탓하기 전에 우리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사람의 심리와 탐욕에 대한 진짜 인간적 성찰이 필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대한 경고음을 내놓고 있지요. 이게 위기를 극복할 힘으로 승화하려면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해요.” 제도나 법 같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은 ‘1차적 해법’이며, 근본적 변혁을 위해선 인성에 대한 성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오프닝 멘트들은 책의 부제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안부’이다. 낙엽에게 말을 걸고, 청춘의 냄새를 떠올리고, 가을 세숫물의 묵직함을 느낀다. 청춘을 매혹시킨 그의 노랫말처럼 누구나 쉽게 알아먹을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에 깊은 성찰이 녹아 있다.

-‘오늘도 우아하게’란 글을 보면, 맵시 있게 축대를 넘어가는 고양이, 그리고 ‘두발로 걸으면서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 동물인’ 사람에 대한 멋진 묘사가 나옵니다. 남다른 관찰력인 것 같아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주 사소하더라도 저만의 상징으로 저만의 세상을 구축해왔어요. 어떤 사람의 눈에도 띄지 않는 걸 제가 볼 수 있다면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기자가 지금 묻는 중에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 앞에 얌전하게 앉아 있으면서, 빨대 하나가 똑바로 꽂혀 있는 이 주스컵이 주스컵의 완벽한 모습은 아닐까라고요.”

그는 예전엔 오프닝 멘트를 프로그램 시작 4분 전에 썼으나 지금은 5~6분 전에 쓴다고 했다. “오전 8시56분에 썼었죠. 그날의 단상, 순간의 이미지, 아침에 느꼈던 것들을 썼어요. 미리 쓰면 일상을 벗어나거나 혹은 강변이 되어버립니다. 아침에 진짜 예민한 코가 아니면 맡을 수 없는 향기나 의식 같은 것들, 감각을 요하는 것들을 씁니다. 지금은 후각이 둔해져서인지 5~6분 전에 쓰지요.” 딱 한번 전날 쓴 적이 있지만 방송에서 읽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글이 낡았더군요.”

‘나이듦’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묻자 “나이는 잊고 산다”고 말했다. “통증이 없었던 적이 거의 없지만, 아프거나 말거나 그렇게 생각하고 삽니다. 병원에 간 적이 없어요. 10살 된 강아지가 눈에 백내장이 왔다고 ‘내가 지금 몇살이지’라고 따진다면 웃기는 일 아닌가요 하하.”

그의 활동 스케줄을 보면 나이를 잊고 산다는 말에 토를 달기 힘들다. 그가 이끄는 김창완밴드는 지난해 3집(용서)을 내고 매달 1~2차례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엔 지산록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이달 말엔 구례록페스티벌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봄부터는 <한국방송> ‘티브이 책’ 진행도 맡고 있다. 드라마 출연도 꾸준하다.

-에스엔에스(SNS)가 아이들에게 세상 험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쓰셨죠. “에스엔에스야말로 소통의 장애라고 생각했지요. 실제 그래요. 장애라 생각하면서도 그 중독성에서 못 벗어나 행동 장애를 유발하고 있어요. 단체톡을 보면 인원이 많을수록 소통이 안 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단체톡에서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가는 심리 상태가 만연되어 있어요. 소통이 안 된다는 자기 확신에도 다른 대안을 못 구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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