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0 14:56
수정 : 2016.09.29 22:17
웹툰과 현실 오가는 문화방송 드라마
실험적 장르, 대본 흡인력에 흥행 몰이
대본 읽자마자 단박에 제작 결정 이례적
현실-가상 넘나드는 웹툰에 심혈…윤태호 작가 자문
벌써 결말 관심 폭주…“주연도 몰라, 작가만이 안다”
“바로 이거다!” <문화방송> 드라마국 박성수 국장은 올해 초 <더블유(W): 두 개의 세계>(수·목 밤 10시)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편성을 결정했단다. “대본 1, 2부를 읽었는데, 실험적인데다 이야기의 몰입도가 상당했다”고 했다. “송재정 작가가 드라마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작사에 대본을 쓰면 가장 먼저 읽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했었어요. 읽자마자 송 작가한테 놀랍다는 말만 반복했죠.” 수십억원이 드는 드라마 편성을 단박에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과는? <더블유>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6회까지 평균시청률은 11.6%(닐슨코리아 집계)이지만,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조회수 등을 분석해 집계하는 화제성(굿코퍼레이션 제공)은 드라마 부문 1위다. 웹툰 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이 두 세계를 넘나드는 설정과 주인공이 살인범을 찾는 스릴러까지 가미한 실험적인 시도를 잘 풀어냈다는 점이 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세계의 넘나듦을 표현하는 시각효과가 뛰어나고,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가 신선하다”고 했다.
내부적으로 웹툰과 현실을 오가는 설정에 자칫 유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를 불식하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웹툰 작업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배우들이 촬영한 영상을 외부 일러스트 팀에서 만화로 작업하고, 이를 문화방송 내부 컴퓨터그래픽(시지)팀에서 세부 조정을 한다. <더블유> 제작진은 “웹툰이 움직이거나, 현실과 만화를 접목하는 식의 세밀한 작업을 내부에서 한다”며 “문화방송 전체 컴퓨터그래픽팀 20여명이 모두 투입됐다”고 했다. 극중 웹툰은 <미생>을 집필한 윤태호 작가도 자문했다.
윤태호 작가는 <문화방송>을 통해 “창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창조물이 살아 움직이는 드라마적 상상을 하는데 이를 드라마로 만든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실제 <더블유>가 특히 주목받는 점도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에 주목한 이야기의 힘이다. 현실의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는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을 죽이려고 하지만, 결국 강철은 현실 세계로 넘어와 오성무에게 총격을 가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조물주에 대항하는 피조물의 항변과 도전이 세상과 인간의 삶을 고민하게 한다.
이종석과 한효주가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역시 대본이다. 둘 다 대본을 읽자마자 결정했다. 한효주는 “다음회가 기다려지는 대본이라 욕심났다”고 했다. 포켓몬 고 등 진짜와 가짜의 세계가 뒤섞이는 현실을 영리하게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두 세계 모두 웹툰이다’, ‘강철의 꿈이다’ 등 결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박 국장은 “제작진, 배우 누구도 전체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결말은 오직 작가만 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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