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으로 입원 중 사망…향년 90
‘웃으면 복이 와요' ‘오부자' 등 방송·영화 넘나들며 한시대 풍미
‘웃으면 복이 와요' ‘오부자' 등 방송·영화 넘나들며 한시대 풍미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와 <오부자> 등 영화에 출연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가 27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
고인의 장남 구명회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노환이 있으셨는데, 상태가 안좋아지셔서 광복절 뒤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오늘(27일) 오전 1시59분께 돌아가셨다. 특별한 유언을 남기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장례는 고인이 장로로 있던 예능교회 주관으로 치러진다.
평안남도 평양 출신의 구봉서는 1945년 대동상고 졸업 뒤 태평양가극단 악사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이후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특히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텔레비전의 확산과 더불어 안방극장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떠오른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배삼룡, 곽규석, 이기동, 남철, 남성남 등과 함께 문화방송 <웃으면 복이 와요>를 이끌며 ‘코미디 전성시대’를 열었다. 특히 ‘비실이’ 배삼룡, ‘후라이보이’ 곽규석 등과 콤비를 이룬 슬랩스틱 코미디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다수의 영화에도 출연하며 사랑을 받았다. 1956년 <애정파도>를 시작으로 <오부자>(1958), <부전자전>(1959), <오형제>(1960), <맹진사댁 경사>(1962),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등 그가 출연한 영화는 400여 편에 이른다. 특히 그가 ‘막둥이’로 출연한 <오부자>는 대히트를 기록하며 그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이 영화 출연 이후 그는 평생 '막둥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영화 촬영을 하다 다친 후유증으로 척추 질환을 앓아오던 그는 지난 2009년 1월 중순 자택 욕실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뒤 뇌수술을 받았다. 그 뒤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했지만, 매주 교회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른 동료 코미디언들이 하나 둘 먼저 세상을 뜬 데 이어 2010년 2월 ‘코미디 동반자’ 배삼룡마저 별세하자 “두 사람밖에 안 남았는데 한 사람이 갔으니 이젠 내 차례 아닌가”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00년 ‘MBC 코미디언부문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06년 제1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네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지는 모란공원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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