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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EBS ‘똘레랑스’ 정체성 논란의 핵 ‘보안법’ 곱씹기

등록 2005-11-02 18:10수정 2005-11-02 18:10

간첩조작·필화사건등 통해 개폐 문제 다뤄
“제 삶은 23살에서 멈췄어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 채 피해 다니다 보니 20대가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은 크죠.”

1998년 한총련 대의원 활동으로 8년 동안 수배 생활을 해야 했던 김지영씨. 올해 서른인 지영씨는 요즘 시대 그 흔한 휴대폰도, 이메일 계정도 없다. 수배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그에게 그만큼 세상은 아직 낯선 곳이다.

자유로운 생활을 그리워했다는 지영씨,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여전히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는 한총련 후배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총련은 국가보안법 제7조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어, 매년 양산되는 학생 수배자 수만 해도 100명이 넘는다.

교육방송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에선 ‘대한민국 정체성 논란, 국가보안법을 다시 생각한다’(목 밤 11시5분·사진)라는 제목으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글을 계기로 우리 주위를 광풍처럼 휩쓸고 간 국가 정체성 논란의 진실과 그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보안법의 존재를 다시 생각해 본다.

지난 1983년 간첩 혐의로 구속돼 16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던 함주명(72)씨는 7월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극히 예외적이었다. 아직 풀리지 않는 간첩 의혹사건만 100여건에 이른다. 여전히 ‘간첩의 멍에’를 지고 살아가는 그들은 말한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고.

97년 국제 학술대회를 다녀오던 이장희 교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강제연행 당했다. 그의 아동용 저서 <나는야 통일 1세대>가 보안법에 저촉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통일부 권장도서’로까지 선정됐던 그의 책은, 출판된 지 2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이적표현물로 변해 있었다. 결국 그가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경상대 정진상, 장상환 교수도 94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초를 겪었다. 대학교재로 사용해 오던 <한국사회의 이해>가 이적 표현물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교수 역시 11년 동안 지루한 법정 공방을 거치고 나서야, 무죄 확정 판결을 확정 받을 수 있었다.

그 세월동안 이들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감수해내야 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학자인 그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무의식적인 ‘자기 검열’ 이라고 한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 검열을 강요받게 되고, 상상력을 위축시키고, 근본적으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그 잣대는 언제나 보안법이었다. 옛날의 필화사건, 그리고 현재 강정구 교수 논란에는 분명히 닮은 점이 있다.


지난해 작년에는 보안법 폐지안이 국회에 상정돼 여야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강정구 교수 파문’의 후폭풍이 국가보안법 개폐로 향하고 있다. 2005년 17대 국회,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그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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