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노출 싫어해 대리운전 기피 야행성 생활도 한몫
유명 연예인들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 영화배우 송강호씨와 가수 전진씨, 영화배우 권해효씨 등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배우 허준호씨와 조한선씨는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냈다. 이는 전반적인 음주운전·사고 감소세 속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현상이다. 또 적발되면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기 쉬운 연예인들이 왜 대리운전자를 부르지 않고 음주운전이란 ‘모험’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연예계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무엇보다도 사생활 노출을 싫어하기 때문에 대리운전이나 택시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누가 누구와 어디서 술 마셨다’는 식의 소문을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명 연예인들은 서울 강남에 주로 사는데 집과 가까운 곳에서 술을 마시고 방심해 차를 모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연예인들의 ‘근무형태’가 주로 ‘야행성’인 점도 이유로 꼽힌다. 방송작가 김일중씨는 “촬영이 늦게 끝난 뒤 간단하게 한잔 마신 것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하고 운전하다 단속에 걸리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적발되는 시간대가 주로 새벽에 몰리는 것도 이런 탓이라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는 관습도 연예인 음주운전의 배경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하지만 방심의 결과는 연예인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한 연예기획사 경영자는 “광고출연 계약에서 음주운전을 간통이나 이혼과 함께 계약파기 사유로 삼는 사례도 많다”며 “드라마나 영화 출연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늘 조심하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최근 음주 단속에 걸린 한 연예인은 “잇따라 연예인 음주운전이 알려지면서, ‘얘네들 또 그랬네’라는 식의 시선이 쏟아지는 게 가장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경찰서에 오래 머무르다가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조사에는 협조적인 편”이라며 “유명인들은 자신의 음주운전이 대중에게 주는 영향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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