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22 08:37
수정 : 2016.12.22 09:38
‘닐 세다카’ 팝송으로 꾸린 뮤지컬
순정파 진행자·철없는 가수 역할로
진지한 역 대신 “완전 내려놨다”
서범석 “관객 상품 직접 준비해요
난 개그맨 권유받을만큼 웃긴 사람”
서경수 “원래 돌아이 기질 있어요
델은 그냥 실제 제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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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죠” “아니 선배님이죠” 누가 더 팬심을 흔드느냐니 주거니 받거니 화기애애하다. 뮤지컬 <오!캐롤>로 여성 관객을 사로잡는 20대 꽃청춘 서경수(왼쪽), 40대 꽃중년 서범석을 1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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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부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시국이 이래서 속이 터져서.” 재치만점 서경수다. 서범석은 한술 더 떴다. “머리도 제대로 안 하고 왔는데…, 너무 멋있나?” 27살 꽃청춘, 46살 꽃중년. 세대는 달라도 입만 열면 빵빵 터지는 두 남자가 요즘 뮤지컬계 팬심을 흔든다.
두 남자의 유머와 능청스러움이 빛나는 뮤지컬 <오!캐롤>이 여성 관객들한테 인기몰이 중이다. 젊은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닐 세다카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로,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커플의 사랑을 보여준다. 공연 진행자 허비, 가수 델을 연기하는 서범석과 서경수가 일등공신이다. 20년간 한 여자를 좋아해온 순정파 허비는 다시 설레고 싶은 중장년층의 마음을 흔들고, 철없지만 귀여운 델은 보듬어주고 싶게 만든다. “요즘 순애보 같은 사랑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많이들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래도, 경수를 따라갈 순 없죠. 다들 광대승천해서 보고 있더라니까.”(서범석)
무엇보다 자다가도 생각나는 아재개그(허비), 병맛개그(델)는 두 남자한테 빠져들게 한다. 공연이 시작되고, 허비가 마이크를 잡고 실제 관객을 상대로 진행하며 구수한 입담을 털어낼 때 웃음이 가장 크게 터진다. 아재개그를 문제로 내 상품도 준다. “상품은 제가 직접 준비했어요. 다른 허비들의 공연에는 없어요.” 대학교 때 교내 행사 엠시를 도맡은 게 도움이 됐단다.
<아리랑> <맨 오브 라만차>(서범석), <뉴시즈>(서경수) 등 진지한 배역이 주로 연상되는 두 사람은 팬들의 말을 빌리자면 ‘완전 내려놨다’. 특히 서경수는 혼자 멋있는 척은 다 하는데 알고 보면 속이 훤히 보여서 우스꽝스러운 델을 제 옷 입은 듯 소화한다. 바지를 내리기도 하고, 여자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연기가 일품이다. 특별한 각오를 했느냐고 물으니 “연기가 아니라 실제 내 모습이다”라며 웃었다. “원래 남 웃기는 걸 좋아해요.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된 건지, 태생이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돌아이’ 기질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거울 보며 나랑 얘기하고 놀았어요. 그런 게 도움이 됐는지 철판 깔고 하는 거 같아요.” 서범석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은 내가 진짜 웃겨요. 대학 때 코미디언 권유까지 받았어요. 내가 얘기하고 내가 웃었을 정도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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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캐롤> 속 서경수. 쇼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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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캐롤> 속 서범석. 쇼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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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은 뮤지컬계 안성기로 불리는 베테랑이고, 서경수는 청춘스타다. 둘 다 앙상블로 시작해 차근차근 최고와 기대주의 자리에 올랐다. 국악예고 음악연극과(뮤지컬과)를 졸업한 서경수는 몇번의 오디션 실패 끝에 2006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앙상블로 시작했다. “4명 뽑는데 4명 지원했어요.” 중앙대 산업정보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연극으로 데뷔한 서범석은 앙상블만 20작품을 넘었다. 주변이 인정하는 연습벌레들이다. 서범석은 데뷔 초 연습할 장소가 없어 중고차를 구입해 차 안에서 앞 유리가 침 범벅이 될 정도로 노래 연습을 했다.
2008년 <파이란>에서 처음 만나 <오!캐롤>에서 오랜만에 작업하면서 둘은 서로의 매력도 확인했다. 스타의 이름값에 기대는 공연이 많아지는 요즘, 선후배의 조화가 얼마나 훌륭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범석 선배는 편안함과 무거움이 공존해요. 그런 여유와 노련미는 따라갈 수 없어요.”(서경수) “경수는 자꾸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신체 조건도 좋고, 춤, 노래, 연기 다 되면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요즘 관객들이 좋아하는 목소리도 갖고 있어요.”(서범석)
서로를 보며 자신을 투영하기도 한다. “난 뻔뻔함을 기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경수는 끼가 타고난 것 같아요. 지금 이 뮤지컬 환경에 이 실력을 갖고 유체이탈해서 젊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서범석) “전, 연륜과 여유를 갖고 싶어요. 빨리 나이 들어 선배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매너리즘에 빠졌는데 선배의 말에서 답을 찾았어요. 연륜이 쌓이면 선배가 맡았던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 <오!캐롤>의 허비도 맡고 싶어요.”(서경수)
끝으로 둘은 <오!캐롤>이 관객을 잠시라도 행복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우정, 사랑, 꿈을 얘기하고 나쁜 악역이 없잖아요. 기분 좋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모두 힘을 모은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웃으며 돌아가면 좋겠어요.” 서울 광림아트센터 비비시에이치(BBCH)홀에서 내년 2월5일까지 오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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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으면 유쾌해지는 두 사람. 형제처럼 닮았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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