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22 17:29
수정 : 2016.12.22 21:26
미 지상파 ABC 내년 여름 방영키로
파일럿 제작않고 10부작 정규 이례적
“더빙만 해도 되겠다” 대본 호평받아
멜로·막장 천편일률적 소재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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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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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은 2014년 <에스비에스>(SBS)에서 방영 당시 작품성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1회부터 16회까지 퍼즐을 맞추듯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구성은 한국 드라마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당시 시청률이 10%대에 머물면서, 방송사 쪽에선 ‘장르드라마의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냐며 은연중 낮춰 보는 시선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신의 선물>의 가치가 미국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내년 여름 미국 지상파 <에이비시>(ABC)에서 리메이크가 확정된 것이다. 한국 드라마의 판권이 미국에 팔린 경우는 여럿 있지만, 실제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 연예산업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한국 드라마에 바탕한 미스터리 드라마 <섬웨어 비트윈>이 10회 분량으로 내년 여름 방송된다”고 전했다. <섬웨어 비트윈>은 <신의 선물> 리메이크 버전 제목이다. <에스비에스> 쪽도 “이변이 없는 한, 미국에서 리메이크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예능은 <꽃보다 할배>(티브이엔)가 지난여름 미국 지상파 <엔비시>(NBC)에서 <베터 레이트 댄 네버>란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신의 선물>은 딸이 살해된 이후 그 어머니 김수현(이보영)이 2주 전 과거로 돌아가 흥신소 대표 기동찬(조승우)과 함께 딸의 죽음을 막는 이야기다. 딸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등 미스터리를 곳곳에 심어놓는 한편으로 사형제도의 의미를 짚는 화두를 던지고, 대통령의 가족 문제 등 권력의 민낯을 까발린다. 그 흔한 멜로 없이도 맛깔나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신의 선물> 방영 당시 범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누리꾼들이 모두 명탐정이 되어 토론하는 등 참여형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짜임새 있는 대본과 긴박한 구성이 특히 호평받았다고 한다. <에스비에스> 쪽은 “에이비시 전임 사장이 리메이크하지 않고 더빙만 해서 내보내도 되겠다고 호평했을 정도로 대본을 높이 평가했다”며 “파일럿도 제작하지 않고 바로 정규드라마로 편성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섬웨어 비트윈>은 대본을 집필 중이고, 주연배우를 캐스팅하고 있다. <에이비시>는 여름 방영 뒤 반응이 좋으면 시즌제로 드라마를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 선물>의 미국 리메이크 결정을 한국에서도 장르드라마가 재평가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상파 드라마 피디는 “장르드라마 잘 만들기로 유명한 미국 지상파에서 한국의 장르드라마를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한국도 멜로에만 목매지 말고 장르드라마 등 다양한 색깔을 고루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일본 등에서도 멜로 아니면 막장 드라마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한국 드라마의 흐름에 식상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터여서, 한국 드라마의 출구전략 차원에서도 장르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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