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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05 10:56 수정 : 2017.01.05 10:59

<더 언더독>

안락사 앞둔 유기견 <더 언더독>
버려진 로봇들 <어쩌면 해피엔딩>
이기적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용도폐기되는 인간사회 투영

사람·돌이변이간 전쟁과 화해담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메시지는 사랑

<더 언더독>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가장 잘 표현하는 가치관’을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개인주의가 1위로 꼽혔다. 경쟁, 부, 성공이 뒤를 따른다. 공동체 의식이 미덕처럼 여겨지던 대한민국에서 ‘나 혼자 잘 살자’는 이기심이 갈수록 팽배해진다. 2017년 뮤지컬이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에 조명을 비춘다. 자본주의 사회 인간 내면의 민낯과 마주하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 인간 내면의 잔인함 <더 언더독> 사람과 사람 간의 믿음은 어디로 갔을까. 필요에 따라 사람의 쓰임새가 결정되는 사회는 잔인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은행업 종사자 5000명이 퇴사‘당’할 것이라고 보도된다. 젊은 날 몸 바쳐 일했던 곳에서 용도폐기된 이들은 이제 어디에서 미래를 찾아야 할까. 뮤지컬 <더 언더독>(서울 유니플렉스 1관, 2월26일까지)은 인간사회 토사구팽의 잔인함을 유기견에 빗대어 얘기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매년 10만마리가 버려진다. 귀엽다고 사랑받다가 늙고 병들면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유기견들은 인간의 결말과 다르지 않다. 세퍼트 중사(김법래, 김보강)는 군견으로 살다 부상으로 폐기처분됐고, 마르티스 마티(정명은, 정재은)는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새끼를 낳는 모견의 삶을 살다 보호소에 온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골든리트리버 할배(정찬우, 김형균)는 앞이 보이지 않게 되자 버려진다.

오이시디 국가 중 자살률 1위. 인간은 때론 포기하지만 유기견들은 다시 새 주인을 만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진돗개 진(김준현, 이태성)은 투기견이 되어 살기 위해 싸우고, 다른 유기견들도 좁은 보호소 안에서 규칙에 복종하며 오늘을 버틴다. 결국은 안락사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은, 무기력해진 인간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마티를 연기하는 정재은은 개막 전 프레스콜 기자간담회에서 “유기견 보호소에서 본 개의 살기 싫은 눈빛이 자꾸 생각났다. 그 눈빛을 보고 마티를 생각했고, 마티를 통해 나는 살고 싶다고 외친 적이 있는지 반성했다”고 말했다.

보호소의 결말이 안락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기견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버려졌는지를 되묻는다. 무대 위 유기견들의 질문에 관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버려진 것에 대한 절망, 살기 위한 처절한 삶을 담은 넘버(노래) 25곡이 흐르는 동안 박수를 치기도 미안하다. 무대에서 보는, 어쩌면 내 모습일지 모를 인간의 내면에 일부 관객은 흐느끼기도 한다. 같은 동물이 소재인 <캐츠>와 달리 배우들이 강아지 분장을 하지 않고 의상으로 비슷한 분위기를 낸 것이 현실감을 살린다. <티브이 동물농장>(에스비에스)에 등장하는 유기견 관련 사연을 본 프로듀서가 4년간 준비 끝에 선보인 창작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 그래도 사람 <어쩌면 해피엔딩> <로미오와 줄리엣>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간의 미래는 고립일까. <어쩌면 해피엔딩>(디시에프 대명문화공장, 3월5일까지)은 인간에게 버림받는 로봇을 통해 고립된 사회를 사는 인간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를 묻는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을 돕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고물이 된 헬퍼봇 올리버(정문성, 김재범, 정욱진)와 클레어(전미도, 이지숙)는 옛 주인이 데리러 올 거라 믿으며 아파트에서 산다. 그들은 인간 주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클레어는 똑똑하고 활발하지만 옛 주인을 닮아 관계와 애정에 냉소적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스스로를 붕괴시킨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원작인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두산아트센터, 3월5일까지)은 인간의 욕심이 부른 핵전쟁 이후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은 인류를 조명하며, 심각해진 이기심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지상의 세상은 오염물질로 뒤덮였고, 핵은 흉악한 모습으로 변형된 돌연변이를 낳았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지하철 역에서 버틴다. 인간과 돌연변이는 살기 위해 서로를 끊임없이 죽인다.

이기적인 현실, 희망은 없을까. 결국, 인간의 이기심을 치유할 마법은 인간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미는 행위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얘기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충전기가 망가진 클레어의 도와 달라는 요청을 모두 무시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도록 프로그래밍 된 올리버가 도와주면서 소통의 틀이 생기기 시작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인간 줄리엣(양서윤, 김다혜, 전예지)이 돌연변이 로미오(조풍래, 동현, 고은성)를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그 자체를 인정하고 선입견 없이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돌연변이 종족과 인류의 화해를 이뤄낸다. 2017년 한국 사회의 해답도 결국 인간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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