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7년 드라마 세상
SBS <피고인> 등 지상파도 장르물 대거 편성
KBS2 <완벽한 아내> 고소영 등 ‘언니들의 귀환’
tvN <마더> 등 인기 일드·미드 리메이크
MBC <역적> 등 사극들은 진정한 리더상 제시
아무리 현실이 티브이보다 재미있어도, 2017년 드라마는 계속된다. 고소영, 이영애 등 ‘언니’들이 돌아오고, 멜로색 쏙 뺀 장르드라마들이 활개를 친다. 리더십이 무너진 사회,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상도 그려진다. 열쇳말로 새해 드라마를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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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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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반영 장르물 제작비는 많이 드는데 피피엘(PPL)은 안 되고, 해외 판매도 신통찮다고 홀대받던 장르드라마가 2017년 비상한다. 케이블은 물론 지상파들도 장르드라마를 대거 편성했다. <미씽나인>(문화방송, 18일부터 수목 밤 10시)이 가장 눈에 띈다.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한 9명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사고 4개월 뒤 유일한 생존자 라봉희(백진희)가 나타나면서 무인도 조난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라봉희가 밝히려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조희경(송옥숙) 등을 통해 대한민국 기득권의 민낯도 드러낸다. 백진희, 정경호, 오정세, 최태준, 이선빈 등이 출연한다.
사형수가 된 검사가 누명을 벗으려고 고군분투하는 <피고인>(에스비에스, 23일부터 월화 밤 10시)도 쫄깃하다. 검사 박정우(지성)는 딸과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다. 하필 살인사건이 일어난 4개월의 기억이 사라졌다. 누명을 벗으려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력과 재벌가의 후계자이자 희대의 악마인 차민호(엄기준)에게 복수하는 모습이 주요하게 그려진다. <피고인> 후속으로 3월에 방송하는 <귓속말>(에스비에스, 날짜 미정)도 장르물이다. 국내 최대 로펌을 배경으로 돈과 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패륜을 파헤친다.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를 쓴, 장르드라마 잘 쓰는 박경수 작가가 집필한다. 이보영이 2014년 <신의 선물-14일> 이후 또 장르물 주연으로 돌아온다.
2017년형 장르드라마는 가볍게 터치하면서도 묵직함을 주는 분위기와 소재가 다양해진 게 특징이다. <맨몸의 소방관>(한국방송2, 12일부터 수목 밤 10시)은 뜻하지 않게 누드모델이 된 소방관이 10년 전 방화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보이스>(오시엔, 14일부터 토일 밤 10시)는 청력을 기반으로 한 범죄유형 분석가인 ‘보이스 프로파일러’라는 이색 직업을 드라마에서 처음 다룬다. 강력계 형사 무진혁(장혁)과 112신고센터 대원 강권주(이하나)가 ‘112신고센터 골든타임팀’에 근무하며 연쇄살인마를 추적한다. 한 지상파 드라마 피디는 “사드 등의 영향으로 중국 판매가 줄면서, 중국이 선호하던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드라마에 목을 매지 않게 됐고, 지난해 <시그널>의 인기로 드라마 다양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장르드라마가 늘어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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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의 소방관>.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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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나인>.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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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적인 리더 리더가 사라진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제시한다. 곤경에 처한 국민을 지켜줄 리더는 존재할 수 있을까. <군주: 가면의 주인>(문화방송 5월 방영)은 왕세자(유승호)가 1700년대 물을 사유해 강력한 부와 권력을 얻은 조직 편수회에 맞서 싸운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문화방송, 30일부터 월화 밤 10시)은 허균 소설 속 도인으로 알려진 홍길동이 아닌, 조선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로 전해지는 홍길동의 일대기를 그린다. 제작진은 “비천한 신분으로 가진 자들의 횡포에 맞서 민심을 얻었던 홍길동의 의로운 삶을 통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짚어보겠다”고 했다. 윤균상이 홍길동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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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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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메이크는 계속 2017년 한국 영화·드라마는 물론 미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 등 화제가 됐던 작품들의 리메이크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진다. 전지현과 차태현이 출연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드라마에서 청춘연애사극으로 재탄생한다. 5월 <에스비에스>에서 방송될 예정이며, 원작과 달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까칠한 도성 남자 견우(주원)와 온갖 기행을 일삼는 말괄량이 혜명(오연서)의 연애담을 그린다. 야욕이 들끓는 조선의 정권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영화뿐 아니라 인기 드라마의 시즌2 제작 소식도 들린다. 하지원, 김우빈 등의 스타를 발굴했던 ‘학교’ 시리즈 <학교 2017>(한국방송2, 날짜 미정)이 여름 방송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암울한 1980년대 시대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렸던 1995년 <모래시계>(에스비에스, 날짜 미정)와 2002년 방송해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겨울연가>(한국방송2, 날짜 미정)도 시즌2 제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일본 드라마의 리메이크도 활발하다. 지난해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 신호탄을 쏘아올린 <굿 와이프>(티브이엔)에 이어, 올해는 미국 지상파 <시비에스>(CBS)의 인기 수사드라마인 <크리미널 마인드>(한국방송2, 날짜 미정)가 리메이크된다. 반복되는 행동 패턴으로 프로파일을 작성해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로, 미국에서는 시즌12가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다. 2010년 일본 시상식 ‘도쿄 드라마 어워즈’에서 각본상, 여우주연상, 작품상 등을 휩쓸었던 일본 드라마 <마더>(티브이엔, 날짜 미정)도 한국판으로 만들어진다. 학대받던 아이를 납치해 그의 어머니가 되기로 한 여자의 이야기다. 2010년 일본 지상파 <엔티브이>(NTV)에서 방송돼 모성애를 느끼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 언니들이 돌아온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004년 <대장금>(문화방송) 이후 13년 만에 이영애가 돌아온다.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퓨전 사극 <사임당, 빛의 일기>(에스비에스, 25일부터 수목 밤 10시)에서 현재의 대학강사와 과거의 신사임당 1인2역을 맡는다. 2015년 시작해 지난해 6월 모든 촬영을 완료했다. 2007년 <푸른물고기>(에스비에스) 이후 장동건의 아내로 살았던 고소영도 <완벽한 아내>(한국방송2, 2월 방영)로 10년 만에 돌아온다. 주로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던 그가 이번에는 세파에 찌들어 살아온 ‘드센 아줌마’가 된다. 가정생활에 집중했던 주부 심재복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며 삶의 목표를 되찾는 이야기다. 김희선과 김선아도 <품위 있는 그녀>(방송사, 날짜 미정)로 각각 2015년 <앵그리맘>(문화방송)과 <복면검사>(한국방송2)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김선아는 상류사회 진출 야망을 가진 요양사 박복자를, 김희선은 호화로운 삶을 즐기다 준재벌 시아버지가 몰락하고 남편의 배신으로 바닥을 찍는 우아진을 연기한다. 김희선은 홍보팀을 통해 “인생의 극과 극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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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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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언니들 못지않게 20대 여배우들의 활약도 활발하다. 한동안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으로 방송사가 캐스팅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지난해 <청춘시대>(제이티비시)로 가능성을 보여준 20대 대표주자 박혜수가 <내성적인 보스>(티브이엔, 16일부터 월화 밤 11시)로 눈도장을 찍을 태세다. 극도로 내성적인 보스 은환기(연우진)와 친화력 좋은 신입사원 채로운이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박혜수는 <사임당…>에서 이영애의 아역으로도 나온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소녀시대 윤아도 연기가 어려운 사극 <왕은 사랑한다>(문화방송, 날짜 미정)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고려 최초의 혼혈왕 왕원(임시완)을 둘러싼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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