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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20 11:37 수정 : 2017.01.20 13:47

2017년 예능빅뱅의 시작…방송사 아닌 ‘피디 브랜드’ 시대

2017년은 격변의 정치상황만큼이나 예능도 격동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대규모로 예능 피디들을 영입했다. 곧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제작을 포함한 대대적인 제작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제이티비시> 예능을 이끌던 여운혁 국장은 윤종신이 대표로 있는 미스틱으로 자리를 옮긴다. 역시 예능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나설 것이다. 이미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해서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직접 제작에 나서서 성공하면 방송사 중심의 현재 제작 구조는 변할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예능 피디와 작가들을 영입한 <티브이엔>과 <제이티비시>는 상반기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일하게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요일 저녁 시간에 대형 예능프로그램을 맞대응 편성한다. 다른 시간대에서는 자체 경쟁력을 확보한 두 방송사는 마지막 남은 시간대까지 차지하기 위해 지상파에서 일요 예능을 이끌었던 피디들을 전진 배치했다. 현재 지상파 일요 예능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이 프로그램들까지 성공한다면 지상파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또 있다. 그동안 방송 콘텐츠를 중계서비스하던 포털 사이트는 올해 초부터 피시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시작한다. 네이버는 네이버티브이로, 다음은 다음티브이팟팟과 카카오티브이를 합쳐 ‘통합 카카오티브이’를 출범시킨다. <오프 더 레코드, 수지> 같은 독점적인 예능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아이피티브이 업체들도 자체 예능프로그램 제작에 나선다고 한다. 엄청난 변화가 몰려온다.

이런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더 이상 시청자가 채널과 플랫폼에 따라 콘텐츠를 차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예능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방송되기 때문에 더 좋은 프로그램이라든지, 인터넷으로 방송하기 때문에 별로라든지와 같은 편견은 사라졌다. 우린 이런 변화를 이미 경험했다. 2009년 미디어법이 날치기되어 종편 채널들이 출범했을 때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종편 채널을 비난했다. 그러나 결국 좋은 예능프로그램들은 모두 살아남았고 오히려 참신하고 좋은 프로그램들이 채널을 살려내지 않았는가.

물론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누구에게나 선호하는 채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채널의 프로그램이 ‘현재까지’ 좀 더 나와 잘 맞는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무조건 믿고 본다는 뜻은 아니다. 이제 채널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출연자와 제작진이다. 믿고 보기에는 ‘문화방송표 예능’보다 ‘나영석표 예능’이 더 듬직하다. ‘한국방송표 예능’보다는 ‘신동엽표 예능’이 좀 더 내 취향이다. 그러니 좋은 출연자와 제작진은 점점 더 자유롭고 작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하게 될 것이다. 시청자가 선호하는 채널이란 결국 좋은 창작자들이 더 자유롭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멀리 볼 거 없이 드라마는 이미 작가, 피디, 출연자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이동했다. 무질서한 정글 같아 보이지만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으면 살아남고 살아남은 곳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그동안 옆 방송사의 동시간대 프로그램들하고만 싸우면 되었던 제작진에는 더 살 떨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시청자들의 취향은 점점 더 다양해질 것이며 가구 시청률은 점점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이유가 언제 어디서 방송되느냐가 아니라 그 프로그램 자체라면 어쩌면 좀더 공정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즐길 것이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할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다음에 무슨 프로그램을 하면 좋을까. 심히 걱정이다. 씨제이이앤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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