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1.26 14:33
수정 : 2017.01.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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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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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매일 그대와 최수종입니다>
오후에는 <박중훈의 라디오스타>
최 “라디오의 인간적 매력에 빠져”
박 “라디오로 청취자와 소통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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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종.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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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이 디제이(DJ)로 돌아왔다. 배우 박중훈과 최수종이 나란히 27년 만에 라디오 디제이로 복귀했다. 박중훈은 지난 9일부터 매일 오후 6시5분에 <박중훈의 라디오스타>(한국방송 해피에프엠 106.1㎒)로 찾아오고, 최수종도 같은 방송 <매일 그대와 최수종입니다>로 2월6일부터 매일 오전 9시5분에 인사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팝송을 위주로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최수종은 1988년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진행했고, 박중훈은 1987년 <밤을 잊은 그대에게>, 1990년 <박중훈의 인기가요> 진행을 맡은 바 있다. 강산이 두번도 더 변했을 시간에 다시 마이크 앞에 앉은 이유는 뭘까? 최수종은 홍보팀을 통해 “젊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요즘 라디오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젊은 시절 드라마, 영화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는데, 이제는 여유를 갖고 소소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이다. 최수종은 “(라디오가) 함께 듣고 숨 쉬고 있다는 동질감, 공기처럼 늘 내 곁에 있다는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최근 영화 연출에 주력해온 박중훈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에게 라디오 디제이는 교감하고 소통하는 자리”라고 했다. 그는 “감독을 하면서 바깥과 고립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라디오 섭외를 받고 이 시점에 대중, 관객,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아주 꼭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중훈은 50살, 최수종은 54살. 여심을 흔들던 청춘들은 어느덧 중년이 됐다. 영원할 것 같은 청춘이 지나고 이제 서서히 중심에서 비켜나는 처지다. 비슷한 대한민국 중년들의 마음을, 중년이 된 그들이 어루만지고픈 마음도 있다. 박중훈은 “2017년 대한민국의 45~55세대가 편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빠듯한 퇴근 시간에 즐거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박중훈의 라디오스타>는 아예 1980~90년대 유행했던 인기 팝 음악에 초점을 맞춘다. 코미디언 전유성과 함께 4050을 위한 꼭지도 마련했다. <박중훈의 라디오스타> 이충언 피디는 “박중훈은 2000년대를 살아가는 50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제격”이라고 했다.
배우로서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싶기도 하다. 최수종은 “라디오로 연기자 최수종이 아닌, 이웃집 남자 최수종의 숨겨진 진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매일 그대와 최수종입니다> 제작진도 “사극을 많이 해 다가가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최수종씨를 실제로 만나보니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고, 은근 허당 매력도 있더라”며 그의 편안한 매력을 기대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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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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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한편으로, 돌아온 ‘디제이’들은 시험대에 올랐다는 떨림 또한 감추지 못했다. 박중훈은 “비교적 짧지 않게 대중과 상대해왔기 때문에 동요가 없을 줄 알았는데, (첫 방송 전) 가슴이 조여오더라”고 했다. 동시간대 인기 프로그램과의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특히 <박중훈의 라디오스타>는 이 시간대 최강자인 <배철수의 음악캠프>(문화방송 에프엠포유)와 맞서야 한다. 그는 “배철수 선배보다 내가 팝송을 잘 모른다. 그게 나의 무기다. 노래를 잘 알아서 소개하는 게 아니라, 나도 듣고 싶어서 소개한다. 음악 지식이 얕다는 것에 부담을 안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둘 다 30년간 멜로부터 코믹, 장르물까지 다양한 작품을 오가며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수종은 1987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한국방송)로, 박중훈은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다. 이제 다시 돌아와 마이크 앞에 선 두 ‘오빠-형’들은 2017년 어떤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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