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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시사·교양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 대왕 카스텔라 그 촉촉함의 비밀’편은 대왕 카스텔라 제조과정에서 식용유와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점을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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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먹거리 X파일’서 “식용유 과다 사용” 보도
전문가 “탄력 위해 써…식용유 사용 이상한 일 아냐”
황교익 “식용유보다 무첨가 마케팅이 문제”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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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시사·교양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 대왕 카스텔라 그 촉촉함의 비밀’편은 대왕 카스텔라 제조과정에서 식용유와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점을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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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서 사먹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대만식 대왕 카스텔라가 최근 성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시사·교양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 대왕 카스텔라 그 촉촉함의 비밀’편에서는 업체들이 카스텔라 제조과정에서 버터 대신 많은 양의 식용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신선한 달걀이 아닌 액상 달걀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작진은 “카스텔라를 만드는 데 식용유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게 이상하고 왠지 찜찜하게 느껴진다”며 이들 대왕 카스텔라에서 일반 카스텔라의 5~8배의 지방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방송을 접한 소비자들은 ‘식용유 범벅 카스텔라’라며 분노했다. 무엇보다 빵에 버터가 아닌 식용유가 쓰이고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일부 누리꾼의 “못 먹는 걸 넣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 반면 “애초에 신선한 재료를 쓰고 있다고 홍보하고 다른 첨가물을 넣은 것이 잘못”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식용유는 죄가 없다?
‘식용유 논란’이 이어지자 식품 전문가들은 빵을 만드는 데 식용유를 사용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조남지 혜전대학 호텔제과제빵과 교수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보통 카스텔라를 만들 때 버터나 식용유 등의 유지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원재료를 무엇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케이크의 종류가 나뉜다. 유지를 버터로 사용하면 버터스폰지 케이크라고 하고, 식용유를 사용하면 시폰케이크라고 부른다. 대만 카스텔라가 식용유를 사용했다면 일반적인 카스텔라의 조리법은 아니다. 일본 나가사키 카스텔라의 경우, 설탕을 밀가루 대비 2~3배 정도 사용하여 부드러움과 탄력을 살린다”고 답했다. 그는 “대만 카스텔라가 식용유를 사용한 이유는 우리가 흔히 먹는 카스텔라와는 차별적인 부드러운 식감을 지키기 위해서 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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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폰 케이크 재료 배합표. <완벽제과제빵실무>(형설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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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액상 계란이나 유화제·팽창제 등 식품첨가제의 사용도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액상 계란은 식품위생법 안에서 공급한다. 이것도 신선한 것이다. 알 계란이 아닌 액상계란을 이용하는 이유는 계란을 깨는 노동력과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또 “물과 기름을 잘 섞이게 하는 유화제나 부피를 키우는 팽창제(베이킹 파우더)도 전세계적으로 관리되는 그라스(GRAS) 물질로 식용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문제삼은 식용유의 양은 어떨까? 일반적인 카스테라에 식용유를 쓰지 않는다는 조 교수의 지적을 감안해 시폰 케이크의 배합표를 참고해 비교해 봤다. 제작진이 많은 양의 식용유를 넣었다고 고발한 한 업체는 당시 반죽에 카놀라유 650g, 우유 750g, 밀가루 1kg, 액상 노른자 1kg을 넣었다. 이를 제과·제빵기능사 실기시험 공식 배합표(
▶ 바로가기)와 비교해 보면, 일반 시폰케이크를 만들 때에도 밀가루 1kg에 400g 가량의 식용유가 쓰이고 있음을 알수 있다. 물론, 식용유가 38% 가량 더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식용유의 양만 ‘엄청나게’ 많다고 보긴 힘들다.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먹거리X’에서 대왕카스테라를 깠나본데, 방송을 보지 않았지만 나는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면서 “버터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동물성 포화지방이고, 식용유는 콜레스테롤이 없는 불포화지방이다. 식품에는 특성이 있지 선악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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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카스텔라 배합표. <제과제빵 기능사 실기> (델리커뮤니케이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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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서울대 식품비지니스학과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포 조장으로 먹고 사는 먹거리 X파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대왕 카스텔라에 대해 먹거리 X파일이 한 건 터트렸나보다. 핵심은 ‘세상에 빵을 만드는데 식용유를 넣다니!’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빵을 만들 때 많은 경우 유지가 들어가고 주로 쓰이는 유지에는 버터, 마가린, 쇼트닝, 식용유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터에 비해 식용유가 들어가면 풍미는 떨어지지만 반죽의 탄력이 올라가는 장점이 있어 식용유를 쓴다. 쇼트닝을 쓰는 것은 괜찮고, 식용유를 쓰는 것은 안된단 말인가”라며 식용유 사용을 지적한 ‘먹거리 X파일’ 보도를 비판했다.
“업체들의 ‘무첨가 마케팅’ 적절했나?”
대왕 카스텔라 논란이 계속되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14일 견해를 밝혔다. 황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왕 카스텔라 앞에서의 단상’이라는 글을 통해 최근 유행처럼 생겨난 대왕 카스텔라 프랜차이즈와 이들 업체의 마케팅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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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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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몇몇 대왕 카스텔라 업체들이 무첨가 마케팅을 하였다. 그렇게 하는 업체가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업체들도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표만 다를 뿐 같은 대왕 카스텔라이니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제품에 걸맞은 적절한 마케팅이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이어 “비극은 예정되어 있었다. (대왕 카스텔라가)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것이, 먹거리 X파일이 아니더라도 한순간에 훅 지나갈 아이템이란 것을 경험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왕 카스텔라 가맹점 사장님까지 ‘원래부터 유행이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고 카스텔라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라고 말한다. 금방 죽을 줄 알면서도 여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한국 외식업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식용유 사용에 대해서도 “식용유 들어간 케이크를 두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방송할 것이면 치킨, 빈대떡, 튀김, 부침개, 자장면 등도 방송 아이템으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식용유 듬뿍 넣고 제조하는 대왕 카스텔라를 과연 카스텔라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한지 고민은 해야 한다. 제조공정을 보면 쉬폰케이크라고 부르는 것이 바르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카스텔라와 대만 카스텔라, 단지 다를 뿐
<한겨레> 박미향 맛 전문기자는 이번 ‘대왕 카스텔라 논란’을 일본식 카스텔라와 대만식 카스텔라의 역사와 연결해 설명했다. 박 기자는 “최근에는 대만식 ‘대왕 카스텔라’가 인기를 끌었지만, 카스텔라 하면 일본식 ‘나가사키 카스텔라’가 유명하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1600년대 에도시대부터 만들어져 왔다.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고가의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대왕 카스텔라는 결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왕 카스텔라는 대만 유명 여행지인 단수이에서 유명해진 빵으로 길거리 음식에 가깝고, 비교적 가볍게 먹는 간식으로 영양가 높은 건강 음식이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만식으로 카스텔라를 들여온 것 뿐이지, 어떤 것이 나쁘고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종류가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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