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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17 19:18 수정 : 2017.03.17 21:08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시카고 저스티스>

미국 <엔비시>(NBC)의 대표 흥행작 ‘시카고 시리즈’가 최근 또 하나의 스핀오프를 내놓았다. 2012년 시카고 소방관들의 활약을 그린 <시카고 파이어>에서 출발해, 경찰서 특수부서를 중심으로 한 <시카고 피디(P.D.)>, 병원을 배경으로 한 <시카고 메드>로 세계를 확장해오던 시리즈의 최신작은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카고 저스티스>다. 원래 다른 시리즈처럼 직업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시카고 로(Law)>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으나 방영을 앞두고 간판을 수정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직업인들의 애환’이라는 전체 테마를 공유하면서도 ‘정의’에 방점을 찍으며 ‘시카고 유니버스’를 완성하고자 한 제작자 딕 울프의 의도가 드러나는 변화다.

초반 에피소드부터 시리즈 최종형으로서의 성격이 확연히 두드러진다. 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최악의 방화 사건과 경찰의 과실치사 논란 사건 등을 다루면서 <시카고 파이어>의 소방관과 <시카고 피디>의 경찰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시카고 메드>의 배경도 겹쳐진다. 단순히 주요 인물이 교차하는 크로스오버 세계의 성격을 넘어 여러 사건들 이면에 숨어 있는 표현의 자유, 개인의 권리 보호, 아동학대, 인종차별 등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충돌하고 녹아드는 공간이 바로 <시카고 저스티스>의 법원이다.

<시카고 저스티스>로 한층 단단하게 구축된 ‘시카고 유니버스’는 현실과 맞닿을 때 더욱 흥미로워진다. 현실의 시카고는 잘 알려졌듯 영화 <다크나이트> 삼부작에서 고담 시티의 실제 배경으로 그려질 만큼 전통적인 폭력의 도시다. 최근에도 연방정부의 개입이 언급될 정도로 강력 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들의 잇따른 흑인 총격 사살 사건으로 심각한 인종차별 논란을 빚고, 소방국 또한 성차별 사건으로 막대한 소송 비용을 지출하는 등 공동체 질서를 수호해야 할 기관들이 오히려 악명이 높다는 점은 특히 문제다.

김선영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시카고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마냥 선하고 완벽하지만은 않다. 다만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책임을 다한다는 데 미덕이 있다. 말하자면 ‘시카고 유니버스’가 추구하는 것은 현실의 모순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시민들이 구성하는 최소한의 이상적 공동체인 셈이다. <시카고 저스티스> 주인공 피터 스톤(필립 윈체스터)은 이러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는 늘 약자의 편에 서는 정의로운 검사이면서도, ‘무고한 이들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는’ 검사직의 불완전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드라마는 그가 갈등하고 때로는 실수하는 모습을 통해 ‘정의 추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반복해 묻는다. 그 끊임없는 회의 안에서 공동체는 좀더 성숙해진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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